Page 34 - 고경 - 2016년 10월호 Vol.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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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서로서로 의지해서 존재하는 동체(同體), 불이(不二)의 연                                    백일법문 다시 보기                ●   글 _ 서재영

         기적인 존재이니 하나입니다. 그래서 내가 잘되려면 남을 도
         와야 하는 것입니다.
           우주 만물이 모두 다 연기, 무아인 것을 아는 것이 정견이
         고 지혜라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마음씀이 자비입니다.                                      연기를 보는
         그래서 지혜와 자비는 본래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화두 참                                     네 가지 안목

         선을 생활화하면 지혜와 자비심이 나와서 하는 일을 원만하
         게 풀어나갈 수 있고, 인간관계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지혜
         와 자비를 갖추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남도 잘 이해하게 되어

         소통과 공감 능력이 높아져 인간관계가 개선됩니다.
           현대 자본주의 경쟁사회는 개인주의와 이기심을 조장하고
         지나친 상업 광고를 통해 욕망을 부추깁니다. 이것은 사회의                                                  ● 연기를 보는 자 법을 본다
         양극화를 부추기고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되어 인간성 상실                                                    부처님은 “연기(緣起)를 보는 자는 법(法)을 보
         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폐단을 극복하는 길                                     고, 법을 보는 자는 여래를 본다.”고 하셨다. 이 말씀은 부처

         은 중도 정견을 세우고 지혜와 자비심을 길러 나와 남이 모두                                     님께서 깨달은 내용이 연기의 진리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더불어 잘 살고 행복하게 사는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대목이다. 성철 스님도 “일체 불법의 근본사상이 십이인연에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에 화두 참선처럼 간명한 생활수행법                                       포함된다는 것은 원시불교에서부터 대승불교에 이르도록 일

         은 점점 더 가치가 높아질 것입니다.                                                  관된 것”이라고 했다.
                                                                                 부처님께서 깨달은 연기법은 모든 존재의 실상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의 존재론이며, 객관세계를 어떻게 바라봐
                                                                               야 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물론 연기법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고(苦)의 발생과 소

         박희승(중효)  ●          성철연구원 연구실장, 봉암사 문경 세계명상마을사업단장, (사)한               멸에 관한 내용이기도 함으로 수행론이기도 하며, 행위와 그
         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 동국대 평생교육원과 불교인재원에서 “성철 생활참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선지식에 길을 묻다』와 『고우스님 육조단경 강설』 등이 있다.                      행위에 대한 과보를 설명함으로 불교적 도덕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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