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17년 1월호 Vol.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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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중관학파와 유가행파의 문헌을 번역하고, 이에 대한 연                                      갔다. 하지만 화엄사상이 종합적인 사상으로 체계를 잡게 된

         구와 해석에 초점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천태와 화                                     것은 수·당대에 와서라고 할 수 있다.
         엄은 중국적 학파불교의 탄생을 의미한다. 방대한 경론을 연                                        화엄종의 계보를 살펴보면 초조 두순(杜順, 557~640)으로부
         구하고 분석하면서 ‘교판(敎判)’이라는 독자적인 교학체계가                                      터 시작하여 제2조 지엄 (智儼, 602~668)을 거쳐 제3조 법장(法
         등장하게 된다. 이로써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에 이르는 방대                                      藏, 643~712) 대에 와서 집대성된다. 화엄종의 2조 지엄은 불
         한 불교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교학지도가 완성                                      과 14세의 나이로 출가하여 오랫동안 화엄을 공부하고, 『화엄

         된 것이다.                                                                경수현기』, 『화엄공목장』, 『화엄오십요문답』 등의 저술을 남겼
           교판은 불교의 모든 이론과 사상을 종합하는 특징을 띠고                                      다. 지엄의 저술에는 연기사상을 우주적 관계성으로 확장한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 교판의 양대 산맥을 꼽으라면 단연코                                     법계연기사상을 비롯하여 화엄학의 기초가 되는 내용들을 담

         천태와 화엄을 들 수 있다. 천태사상이 천태지의를 중심으로                                      고 있었다. 법장은 지엄이 이룩한 이와 같은 사상적 내용을 발
         하고 있다면 이와 쌍벽을 이루는 화엄사상은 현수법장을 중                                       판으로 삼아 중국 화엄종의 사상을 집대성하게 된다.
         심으로 한다. 흔히 화엄학은 광대한 불법의 바다로 비유하곤                                        그러나 지엄은 단지 이와 같은 저술만을 남긴 것은 아니
         한다. 따라서 불교의 모든 사상과 가르침은 화엄으로 수렴된                                      다. 그가 남긴 또 다른 보물은 자신의 사상적 내용을 담지하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당대까지 모든 불교사상을                                      고 있는 제자들이다. 그 중에 신라 출신의 의상과 강거국 출

         종합하여 화엄학이라는 광대한 교학체계를 완성한 인물이 바                                       신의 법장이 단연 으뜸이다. 지엄의 화엄학은 중국의 입장에
         로 현수법장(賢首法藏)이다.                                                       서 보면 변방에서 온 사람들이 사상적 골수를 전해 받음으로
           물론 화엄에 대한 연구가 현수법장에게서 처음 시도된 것                                      써 화엄학의 깊이와 지역적 확산에 기여하게 된다. 법장은 중

         은 아니다. 화엄에 대한 최초의 연구는 멀리 동진시대로까지                                      국 화엄종의 3조가 되어 화엄사상을 완성하는 대성자가 되었
         올라간다. 『60권 화엄경』은 진나라 때 번역되어 진경이라고                                     고, 의상은 신라로 돌아와서 해동 화엄종의 개조가 되어 화엄
         불리는데, 이때 법업 (法業)은 필수를 맡아 역경에 참여했다.                                    십찰을 건립하는 등 화엄종의 번성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가 역경을 마치고 남긴 『화엄지귀』 2권은 중국 화엄학의 맹
         아로 평가받고 있다. 나아가 북위시대에도 영변 (靈辨)의 『화엄                                     화엄사상의 집대성자 법장

         경론』을 비롯하여 여러 명의 연구자들이 배출되었고, 남북조                                        흔히 중국하면 한족들에 의해 이룩된 역사와 문화로 생각
         시대로 접어들어서도 화엄사상은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한다. 하지만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정치와 사회일반은 물론



         ● 고경                                           2017. 01.                                                                32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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