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7년 2월호 Vol.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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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산이 땅 위에 十(십)이라고 썼다. 승려가 이번엔 왼쪽으로 한   선종의 바른 종지를 전하는 종경록의 핵심을 가려 뽑다

 바퀴 돌더니 똑같이 질문했다. 앙산은 ‘十’에 작대기를 그어 卍
 (만)을 만들었다.
 승려가 원상을 그려 마치 아수라가 두 손으로 해를 가리는 시
 늉을 했다.
 “이것은 무슨 글자입니까?”

 앙산이 동그라미로 卍을 둘러쌌다. 승려가 다시 누지불(樓至佛)  회당조심 엮음
                                           -
                                     벽해원택 감역
 처럼 우는 시늉을 했다. 앙산이 일렀다.                    -
                                     신국판, 784쪽, 양장제본, 값 35,000원
 “옳다, 옳다. 그대가 잘 간수해라.”


 누지불은 천불도(千佛圖)에서 맨 마지막에 위치하는 부처님
 이다. 그는 자신의 못남에 매우 울었다고 전한다. “나는 왜 이
            마음공부의 백과사전이라는 영명연수 선사의 ‘종경록’ 10권 중
 토록 복이 얇아서 꼴찌의 차례를 만났을까?” 그러더니 곧바
           회당조심 선사가 핵심만을 가려 뽑아 엮은 ‘명추회요(冥樞會要)’가
 로 생각을 고쳐먹었단다. “내 앞의 999명 부처님의 모든 법을   23년 만에 발간되어 언론의 극찬을 받다.

 받들어 장엄하리라.” 앞서간 자들은 떠나간 자들이다. 뒤처진
 자는 살아남은 자다. 오직 살아서, 죽여도 살아서, 조금씩 조  이 책의 중요성은 성철 스님이 생전에 “부처님께 밥값 했다”며 스스로 자부한 저
          서 ‘선문정로(禪門正路)’ 첫머리에 등장한 데서 볼 수 있다. “견성하여 무심해지면
 금씩 알아가리라.
          약과 병이 함께 사라진다”는 구절이다.                        - 조선일보
          종경록은 마음을 둘러싼 내용을 주로 담고 있어 ‘심경록(心鏡錄)’으로도 불린다.
                                                       - 동아일보

          책에는 350여 개의 문답이 실려 있다. 1000년 전 중국 불교 지성들의 문제의식을
 장웅연   _ 집필노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조사선(祖師禪)에 관  엿볼 수 있다.   - 뉴시스
 한 수업을 몇 개 들으며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다. ‘불교신
 문 장영섭 기자’가 그다. 본명과 필명으로 『길 위의 절(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  책 제목에서 ‘명(冥)’은 깊고 그윽한 도리를, ‘추(樞)’는 그 도리에서 가장 중심이 되
 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눈부시지만, 가짜』,   는 마음의 빛을, ‘회요(會要)’는 마음의 빛에 관한 요점을 모았다는 뜻으로, 명추회
 『공부하지 마라-선사들의 공부법』, 『떠나면 그만인데』, 『그냥, 살라』 등의 책을 냈다. 최근작  요는 ‘마음을 바로 보자’는 말이다. 종경록에 나오는 마음을 둘러싼 여러 논의의
 은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요지들이 총망라돼 있다.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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