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17년 3월호 Vol. 47
P. 31
백일법문 다시 보기
공(空)을 통한
마음 다스리기
글 : 서재영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각계 인사에게 선물로 보낸 『성철 평전』과 편지
공에 대한 통찰에서 오는 지혜
이번 『성철 평전』 발간은 설판(設辦) 형식으로 진행돼 많은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을 말하라면 단연 공사상을 들 수 있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설판(設辦)’은 법회나 법당을 다. 모든 존재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 공사상의 요지다. 그런
지을 때 필요한 불사금을 불자들의 십시일반 정성을 모으는 데 공사상을 이렇게만 이해하면 모든 것을 허망하게 바라보
불가(佛家)의 모금문화다. 는 이른바 악취공(惡取空)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용수 보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교육원장 현응, 포교 은 공사상을 ‘연기 (緣起)’, ‘무자성(無自性)’, ‘공(空)’이라는 체계
원장 지홍, 대각회 이사장 혜총 스님 등 종단을 대표하는 지 로 명쾌하게 설명했다. 모든 존재는 타자와의 상호관계 속에
도자들이 동참했으며, 성철 스님이 주석해 정진했던 가야산 서만 존재하는데, 이것이 연기설이다. 일체 존재는 관계 속에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과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이 정성을 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자성 (自性)’으로 불리는 개체적 실체는
더했다. 교구본사 주지와 수말사 주지 스님들의 동참도 이어 없기 때문에 무자성이다. 따라서 모든 존재는 개체의 실체가
졌다. 범어사 주지 경선, 통도사 주지 영배, 조계사 주지 지현, 없기 때문에 존재의 실상은 공(空)이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이 설판에 성금을 기탁했으며 성철 스 이렇게 보면 공사상은 존재의 실상을 설명하는 존재론이
님의 직계 상좌와 손상좌 스님들도 평전의 원만한 출간을 위 다. 하지만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고에서 벗어나 영원
해 정성을 더했다. 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고득락(離苦得樂)에 있다. 따라서 공사
● 고경 2017. 03. 2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