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7년 4월호 Vol.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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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자기의 것이 되지 않는 것처럼, 부처님 경전을 아무리 많이                                    이 아니라, 바로 오늘 하루 중에서도 끊임없이 육도윤회하고

         읽더라도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있다고 보라는 것이 천태 대사의 가르침이다.
         없다는 것이 바로 천태 대사의 고민이었다. 이에 대사는 경전                                       불교가 지향하는 ‘괴로움을 떠나 즐거움을 얻는다’는 이고
         의 내용을 자기화할 수 있는 아주 요긴한 방법을 고안하게 되                                     득락(離苦得樂)의 말씀처럼, 하루 속에서도 줄기차게 윤회하고
         었으니, 그것이 바로 관심석 (觀心釋)이다. 이는 불전의 내용을                                   있음을 자각한다면, 바로 그 가운데서 윤회를 끊는 행위를 일
         자신의 마음에서 대입시켜 관찰하고 풀어보는 방법이다.                                         으키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천태 대사는 윤회를 끊은 네 가

           가령 불교에서는 중생의 끊임없는 생사를 육도윤회 (六道輪                                     지 마음 상태를 또 제시한다. 이는 성문(聲聞)・연각(緣覺)・보
         廻)로 설명한다. 중생은 자신이 지은 업(業)에 따라 선한 갈래                                   살(菩薩)・부처님(佛)을 말한다. 이들 네 존재는 모두 윤회를 끊
         로 가거나 나쁜 갈래로 가는데, 그 갈래는 천 (天)・인(人)・수라                                 은 성자(聖者)들인데, 우리가 공부하기에 따라 이런 마음 상태

         (修羅)・축생(畜生)・아귀(餓鬼)・지옥(地獄)의 여섯 가지이다. 그                                 역시 현실에서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회하는 세계가 바
         런데 중생이 죽은 다음에 위의 여섯 가지 길 중 어느 하나로                                     로 나의 오늘 하루 속에 있고, 또 그로부터 벗어나는 길이 바
         간다고 할 경우,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아주 멀게 느껴질                                     로 눈앞에 있다고 본다면, 그 많은 불교의 가르침들이 보다
         수 있다. 이에 천태 대사는 이 육도윤회를 죽은 다음의 일로                                     분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품고 있는 ‘마음의 상태’

         로 이해해보라고 제안하였다. 다시 말해 늘 흔들리고 있는 우                                       중생 구제는 망념 일으키지 않는 것
         리의 마음이 이 여섯 가지 갈래 가운데 과연 어느 곳에 처해                                       『명추회요』 89권-10판(647쪽)의 내용은 위에서 말한 천태
         있는지를 관찰해보라는 말씀이다.                                                     의 관심석에 입각해서 제기된 내용들로서, 그 내용이 매우 비

           가령 배가 너무 고파서 탐욕스럽게 오직 먹을 것만 찾는 상                                    근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태라면 이것은 다름 아닌 ‘축생’의 마음 상태이고, 치밀어 오
         르는 화를 참지 못하여 그것을 폭발시킨다면 이것은 바로 ‘수                                         중생이란 온갖 잡된 것들이 심식 (心識)에 섞여서 순간마
         라’의 마음 상태이며, 괴로움이 치성해서 잠시도 편하지 않다                                         다 생기고 소멸하므로 중생이라 한다. 『경』에서 “부처님
         면 그것은 바로 ‘지옥’의 마음 상태라는 것이다. 반대로 마음                                        께서 비구들에게 ‘너희들은 밤낮으로 항상 무량한 중생

         이 지극히 가볍고 즐겁다면 그것은 ‘천’의 상태라고 볼 수도                                         을 만들어 낸다. 만약 지혜로 관조하여 상속하는 망념을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먼 훗날 육도윤회 속으로 들어가는 것                                         일으키지 않는다면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



         ● 고경                                           2017. 04.                                                                48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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