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17년 4월호 Vol.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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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주인공의 삶
의 경전(經典)이다. 어떻게든 남을 아프게 하려고 하는 자들은
결국 자기를 아프게 한다. 남을 아프게 하려는 마음이 너무
지나쳐 자기 아픈 줄도 모른다. 그들이 미리 아팠다면 나라가 4고 8고 중에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픈 자들이 탐욕스럽고 간악 가장 큰 고통
하다면, 아프지 않은 자들은 욕심이 적고 선량할 것이다.
원지 (圓智)는 도오의 법명이다. 그 역시 두타행에 충실했던
글 : 이인혜
모양이다. 위산은 ‘도오 너는 아프지 않은 큰스님이겠구나’ 슬
쩍 치켜세워주며 짐짓 떠보고 있다. 그러나 도오는 스승의 속
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아프네’ ‘안 아프네’ 분별하는 순간
무간지옥에 떨어지고 만다는 게 선사들의 한결같은 입장이
다. 아프다가도 낫고 안 아프다가도 아픈 게 눈앞의 생생한 현
실이다. 부처님만큼 인간의 존재를 명확하게 규정하신 분은 아마
봄날의 꽃은 어찌도 저리 아름답게 피었을까. 두견새가 표표 없을 것이다. 인간은 고통을 겪는 존재라는 것이다. 불교를 처
히 하늘을 나는데 구름의 옷고름을 건드려 비가 내림이로다. 음 만났을 때 사성제 (四聖諦)를 읽고 참말로 그렇다고 공감하
며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에 쫓기고 사람에 치이다 보니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세월이 갔다. 가끔씩은 기쁜 일이 없
는 것도 아니어서 꿀을 빨고 버티다 보니 여직 죽지 않고 살
아 있다. 흐름 속에 있는 자는 이렇게 떠내려가기 바빠서 흐름
속에 있다는 사실조차 돌아보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고개를
내밀어 언덕을 보고 고통의 물결을 거슬러 헤엄쳐가는 사람
장웅연 _ 집필노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조사선(祖師禪)에 관 이 있다면 아주 드문 이라 하겠다.
한 수업을 몇 개 들으며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다. ‘불교신 역류에 성공하신 부처님께서 제일 먼저 우리를 경각시킨
문 장영섭 기자’가 그다. 본명과 필명으로 『길 위의 절(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
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눈부시지만, 가짜』, 법문도 다름 아닌 고통에 관한 것이다. 수많은 고통을 크게
『공부하지 마라-선사들의 공부법』, 『떠나면 그만인데』, 『그냥, 살라』 등의 책을 냈다. 최근작
은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몇 가지로 분류하셨으니, 생로병사로 시작되는 4고 8고이다.
● 고경 2017. 04. 56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