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7년 5월호 Vol.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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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patthana-sutta에 나오지 않는다. 기원전 4세기에서 2세                             험한 곳에서 배회하지 않도록 지키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기 사이에 이루어진 첫 결집에서도 염처 수행은 위빠사나뿐                                       사념처 수행은 마음을 가능하면 최대한 신·수·심·법을 관찰
         아니라 사마타를 기르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Kayagatasati-                                 하는 데 붙들어 매어 마음이 다른 데로 가지 않도록 하여 마
         sutta(신념처에 대한 경)에서는 사선정을 신념처 수행의 일부라                                  음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며, 사띠는 무익한 생각이 마음을
         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사념처 수행을 통해 마음의                                      흔들 때 마음을 지키고 주시하는 역할을 한다.
         집중과 안정 뿐 아니라 벽을 통과하거나 하늘을 날거나 물 위                                       그런 점에서 사띠를 여섯 개의 출입문(감각)이 있는 도시(몸)
         를 걷는 등 신통력이 계발된다고 알려져 있다.                                             를 보호하는 수문장으로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띠가 기
           사념처 중 첫 번째 신념처 수행으로 열거된 여러 가지 수행                                    억과 밀접히 관련 있음을 보여준다. 만일 수행자가 사띠를 하
         법들은 원래 사선 (四禪)의 성취를 통해 깊은 집중 상태를 계발                                   고 있다면 수행을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며, 마음을 어지럽힐

         하는 수단으로서 시작된 것이다. 붓다고사 역시 호흡에 주의                                      수 있는 느낌과 지각, 감정, 마음 상태가 일어날 때 마음을 현
         를 기울여 훈련한다면 들숨과 날숨을 집중의 대상으로 한 사                                      재에 머물게 하여 그것들이 들어와 마음을 휘젓지 못하도록
         선정을 성취하게 된다고 주석을 달고 있다. 이런 내용을 고려                                     할 수 있다. 사띠는 문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그것들이 무엇인
         해볼 때 사띠가 사마타보다 위빠사나의 계발과 관련되어 있                                       지 특징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
         다는 최근의 생각들은 교정되어야 할 것 같다.                                             을 것이다.
           염처 수행은 집중(samādhi)과 몰입(dhyāna)을 증가시키기                                 이상으로 사념처 수행에서 ‘사띠’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다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이처럼 몰입된 상태가 사띠가 가장                                       음 호에서는 ‘사띠’의 용례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완벽하게 확립된 상태이므로, 최고의 방법으로 일컬어진다.
         Satipatthana-sutta에서는 염처 수행을 일승ekayana의 길이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D 2.290, M 1.55). 이 용어는 최근 여러
         가지 의미로 번역되었다. 서구의 현대적 번역에서 “단 하나의
                                                                               명법 스님  _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길”로 해석했는데, 이는 이 용어의 용례에 비추어 보아 지나치                                    운문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10년간 강사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경전 연찬을 하는 틈틈이 제
         게 경직된 해석이다. “향하게 함”이나 “직접적”이라는 의미가                                    방에서 정진했으며, 서울대와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미학, 명
                                                                               상, 불교를 강의해오고 있다. 2016년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
         가장 적합해 보인다.                                                           아 운영한다. 새로운 형식의 불교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 밖에도 (사)
           사띠는 명상 대상을 명료하게 관찰하기 위해 그것을 마음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은유와 마
                                                                               음』, 『미술관에 간 붓다』,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등이 있으며, 「무지한 스승으로서
         에 담아두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마음이 무익하고 심지어 위                                     의 선사」, 「『선문염송』의 글쓰기-정통과 민족적 정체성의 지향」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고경                                           2017. 05.                                                                1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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