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17년 5월호 Vol.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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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만 이해될 뿐 어떻게 해야 중도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다. 서로 반반씩 양보해서 기계적 중립을 이
         법계삼관, 중도와                                                             루는 것이 중도인지, 아니면 철저하게 올바른 것을 실현하는

         통합을 이루는 단계                                                            것이 중도인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도를 어떻
                                                                               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이 없다면 중
                                                                               도는 추상적 담론이나 관념적 주장으로 치부될 수 있다.
         글 : 서재영
                                                                                 주지하다시피 부처님께서 중도를 깨달았다고 했을 중도는
                                                                               법계의 실상을 설명하는 존재론이며, 존재의 근본원리를 설명
                                                                               하는 심오한 교설이다. 성철 스님도 바로 이 점 때문에 중도를

                                                                               불교의 핵심사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중도설은 단일한 교
                                                                               설이 아니라 다양한 논사들에 의해 여러 방식으로 설명되어
           법계를 보는 세 가지 관점                                                      왔다. 용수 보살은 중관사상으로 중도를 설명했고, 천태지자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사회는 또 한 번 분열과 갈등                                     는 쌍차쌍조로 설명했으며, 화엄학에서는 법계삼관이나 사법
         을 경험했다. 물론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고 대화와 토론을                                      계설로 설명했다.

         통해 해법을 찾아가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이다. 문제는 대                                        법계삼관(法界三觀)은 화엄종의 초조 두순 화상에 의해 정
         화와 토론은 실종되고 분열과 갈등만 증폭되는 장면이다. 그                                      립된 것으로 이 역시 존재의 중도성을 설명하는 교설이다. 두
         런 과정이 되풀이되면 갈등을 조율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순 화상은 법계 (法界)의 실상에 대해 진공절상관, 이사무애관,

         늘어나고 구성원들도 지치기 마련이다. 이렇게 의견이 충돌하                                      주변함용관이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설명했다. 물론 여기서
         고 대립이 격화될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중도(中道)’라는 말                                   법계란 단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간세상만을 의미하지는 않
         이다. 좌와 우를 통합하고, 대립과 갈등을 푸는 통합의 가치                                     는다. 법계란 인간계를 포함해 온 우주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로 중도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모든 존재와 우주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설
           이런 주장은 극단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화해와 공존을 위                                     명이 법계삼관의 중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대안 제시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대개의                                       이렇게 보면 화엄종의 중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법계삼관
         경우 중도는 대립하는 두 당사자의 의견을 절충하는 것 정도                                      역시 사람들의 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교설이다.



         ● 고경                                           2017. 05.                                                                2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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