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17년 5월호 Vol.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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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모든 강물에 은은한 빛을 드리우는 것은 ‘주변’이다.                                       진공절상이란 철저히 공(空)의 이치를 깨닫게 되면 모든 차

         천강에 달빛이 반짝이고 있지만 그 모든 달빛은 하늘에 떠 있                                     별적 상(相)이 끊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와 너의 견해를
         는 하나의 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천강에서 반짝이는 무수한                                      완전히 내려놓는 것이 대립과 갈등을 넘어 중도로 가는 첫 번
         달빛이 하늘의 달로 수렴되는 것이 ‘함용’이다. 결국 주변함용                                    째 단계가 된다. 그렇지 않고 나는 나의 고집을 견지하고, 너
         은 하나가 전체로 확산되고, 또 전체는 하나로 수렴되는 원리                                     는 너의 견해를 고집하면 아무리 물리적 통합을 시도해도 화
         를 말한다. 모든 존재들은 달빛으로 상징되는 공이라는 실상                                      합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중도적 통합을 추구한다면 상대

         의 원리를 공유한다. 하지만 그 원리는 수많은 존재들의 개별                                     를 설득하기 전에 먼저 각자의 생각부터 내려놓는 것이 순서
         적 특징들이 수렴되어 성립된 원칙이다.                                                 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이사무애를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이다. 나와 너

           중도를 실현해 가는 단계                                                       라는 대립과 분절을 넘어 네가 곧 나이고, 내가 곧 네가 되는
           이상과 같이 법계삼관은 존재의 실상을 세 가지 관점으로                                      상호 소통의 단계이다. 철저하게 공을 깨달으면 각자의 개별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관점은 대립과 갈등을 해소                                    상을 넘어설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완전한 소통과 걸림 없는
         하고 중도를 실현하는 방법론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단 법                                     통합의 길이 열리게 된다. 이렇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진공절
         계삼관에서 삼관이란 세 가지 관점을 말하지만 대립과 갈등                                       상을 통해 나와 너라는 경계가 해체되고, 소통을 가로막고 있

         을 해소하는 중도로 적용할 때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단계                                      는 온갖 차별상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와 너라는 장벽에
         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가로 막혀 있으면 각자의 경계에 갇혀 대립하고 갈등한다. 그
           첫째, 진공절상을 통해 완전한 공을 체득하는 것이다. 사람                                    런데 만법으로 표현되는 삼라만상은 서로 걸림 없고 자유롭

         들과의 관계에서 공을 실현하는 것은 자신의 견해와 생각 같                                      게 소통하는 ‘무애자재 (無碍自在)’의 상태에 있다. 이렇게 모든
         은 각자의 아상(我相)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생각                                     존재가 서로 걸림 없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존재 그 자
         과 너의 생각을 고집하면서 단지 물리적 통합을 중도라고 생                                      체의 실체가 공(空)하여 자신만의 고립적 경계에 갇혀 있지
         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와 너라는 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소                                     않기 때문이다.
         통될 수 없는 장벽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립과                                       셋째, 주변함용은 보편적 원칙의 확산과 개별적 특수성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단계는 그런 장벽을 걷                                     수렴이다. 각자 자신의 견해를 내려놓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
         어내는 것이다.                                                              보편적 원칙을 세우는 것을 ‘주변’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모



         ● 고경                                           2017. 05.                                                                32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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