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17년 5월호 Vol.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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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존재와 우주에 대해 바로 이해하고, 바른 안목이 열리 아니다. 실상에서 보면 공하지만 분명히 현상적 모습으로 존
면 세상과 사람에 대한 바른 안목도 열리는 법이다. 대립을 넘 재하고 있고, 눈앞에 존재하지만 또 그 실상을 보면 텅 비어
어서는 소통과 갈등을 해소하는 화합은 여기서 가능해진다. 있다. 이렇게 실상과 현상은 걸림 없이 서로 소통되고 있음을
존재의 실상에 대한 바른 이해가 확립될 때 자기중심적 변견 말하는 것이 두 번째 이사무애관이다.
을 내려놓을 수 있는 지혜가 생기고, 타자를 존중하며 함께 셋째는 ‘주변함용관(周徧含用觀)’이다. ‘주변(周徧)’이란 두루
공존할 수 있는 통합의 자세가 나온다. 여기서 존재의 실상에 퍼져나가 확산되는 것을 뜻한다. 모든 존재는 텅 비어 있고,
대한 이해는 변견과 대립을 넘어 통합과 공존의 가치관이 될 그 실체가 공하다는 근본 원리는 모든 사물에게 두루 확산되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어 적용되는 진리다. 반면 ‘함용(含容)’이란 다양한 존재들이
하나의 원리로 수렴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존재는 공하다는
존재의 실상을 보는 법계삼관 진리는 천차만별로 펼쳐진 존재들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그
법계삼관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진공절상 와 같은 무수한 개별적 존재자들의 특성이 하나로 수렴된 결
관(眞空絶相觀)’이다. 법계의 실상을 보면 모든 존재는 텅 비어 과가 공이라는 실상이다.
있어 [眞空] 개별적인 모습들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는 것[絶 성철 스님은 확산과 수렴의 관계를 하늘의 달과 천강에 비
相]이다. 법계의 실상을 보는 첫 번째 단계는 우리가 바라보는 친 달그림자의 관계로 설명한다. 하늘에 떠 있는 하나의 달이
모든 존재들의 실체가 텅 비어 있음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겉
으로 보면 무수한 개체들이 존재하고, 저마다 독자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단지 현상적
모습일 뿐 실상은 텅 비었음을 꿰뚫어보는 안목이 진공절상
관이다.
둘째는 ‘이사무애관(理事無碍觀)’이다. ‘이(理)’는 본체 또는
근원적 원리를 말하고, ‘사(事)’는 다양하게 펼쳐진 현상적 모
습을 의미한다. ‘이’란 모든 존재의 텅 빈 실상을 나타내는 원
리이며, ‘사’란 우리들 눈앞에 펼쳐져 있는 현상적 존재들이다.
그런데 공한 실상과 눈앞에 펼쳐진 존재가 서로 분리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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