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17년 7월호 Vol.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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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찰력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 반대로 호흡 과정에서 나타

         나는 다양한 현상을 알아차리는 것을 강조하면 의식은 다양
         하고 감각적인 경험의 영역에 머물러 깊은 통찰이 일어나지                                       이(理)를 보는 지혜와
         않는다. 따라서 통찰력이 계발되려면 위빠사나와 사마타가 통                                      사(事)를 보는 자비
         합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위에서 말한 16단계
         의 수행은 전적으로 사마타만 계발하는 것도 아니고 위빠사
                                                                               글 : 서재영
         나만 계발하는 것도 아니다. 호흡의 16단계 수행은 단순히 집
         중력만 높이는 사마타 수행뿐 아니라 호흡에 대한 사띠를 계
         발함으로써 평안함과 통찰력을 높이는 위빠사나 수행의 면모

         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호흡의 숫자를 세는 수식관(數息觀)이 집중력
         이 낮은 사람들에게 집중력을 증강시키기 위한 방법이지만                                          따가운 초여름의 햇살아래 대추열매가 앙증맞게 자라는
         마음을 무디게 할 수도 있고 마음의 평온함보다 마음의 구성                                      계절이다. 비록 지금은 작고 앙증맞지만 싱그러운 잎사귀 뒤
         적인 활동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는 아날로 스님의 주장도                                       에 숨어서 몇 달 더 햇살을 쬐고, 몇 번의 천둥과 번개를 더

         귀기울여볼 만한 이야기이다.                                                       맞다 보면 빨갛게 영그는 때가 올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한 알의 대추를 보고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가 있다고 노래했다.

                                                                                 그러나 눈앞에서 자라는 한 알의 대추는 존재의 실상이 아
                                                                               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불과하다. 존재의 실상은 눈앞
         명법 스님  _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에 보이는 대추라는 현상 그 이면에 숨어 있다. 한 알의 대추
         운문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10년간 강사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경전 연찬을 하는 틈틈이 제
         방에서 정진했으며, 서울대와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미학, 명                     이면에 펼쳐진 관계의 사슬 속에 존재의 실상이 숨 쉬고 있
         상, 불교를 강의해오고 있다. 2016년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
         아 운영한다. 새로운 형식의 불교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 밖에도 (사)                   다. 따라서 하나의 존재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이 두 측면을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은유와 마                      동시에 보아야 한다.
         음』, 『미술관에 간 붓다』,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등이 있으며, 「무지한 스승으로서
         의 선사」, 「『선문염송』의 글쓰기-정통과 민족적 정체성의 지향」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그런데 본질은 복잡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고, 보이지 않는



         ● 고경                                           2017. 07.                                                                2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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