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7년 7월호 Vol.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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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주인공의 삶
          졌다. 지금은 귀국하여 늙은 엄마한테 의지하고 있단다.

            ㄱ과 ㄴ은 30년 넘게 한 직장에 다니는 전문직으로, 멀리서
 엄마 덕분에   보면 우아한 백조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떠 있기 위해 발이 남

 엄마 때문에   아나지 않을 지경이다. 그들은 친정엄마 없었으면 30년 직장
          생활은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둘 다 엄마와 한
          동네에 산다. 애들도 봐주고 반찬도 해주어서 여러모로 도움
 글 : 이인혜
          을 받았다며 ㄱ이 결론짓듯 말했다.
            “내가 이만큼 사는 것도 다 엄마 덕분이야.”
            내가 말했다.

            “내가 이거밖에 못 사는 것도 다 엄마 때문이야.”
            누구 말이 더 맞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둘 다 맞는
 이달 초에 옛 친구들을 만났다. ㄱ은 만난 지 1년 남짓 되었  말이다. 최순실을 엄마로 둔 정유라도 작년 언제쯤까지는 엄
 고, ㄴ은 3년, ㄷ은 거의 10년 만이다. ㄷ가 외국에서 살다 왔  마 덕분에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호화를 누렸고, 이제는 엄
 기 때문에 이렇게 모이기는 모처럼 만이다. 2년 전 엄마가 돌  마 때문에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검찰에 불려 다니는

 아가셨을 때 연락을 못했기에 친구들의 핀잔으로 대화가 시작  몸이 되었으니 말이다.
 되었고, 나는 그들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고는 그동안   며칠 뒤에 또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열불이 나서
 어떻게 지냈는지, 여자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집에 앉아있을 수가 없다고 같이 산책이나 하자는 거였다. 만

 가장 오랜만인 ㄷ에게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그녀는 결혼  나자마자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딸 때문이란다. 대학생인
 하고부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 시어머니에게는 움직  딸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렇다 할 취미나 목표가 없었고 입시
 일 수 없는 사상이 하나 있었으니, 이른바 남존여비 사상이  가 코앞인데도 전공을 결정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친구가 취
 다. 덕분에 그녀는 남편도 ‘모시고’ 살았단다. 시어머니 사상의   직 잘 되는 과를 권했고 딸은 엄마 말을 듣고 진학했다. 문제
 세례를 듬뿍 받은 남편은 외국으로 이민을 가서도 한 점 달라  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학 들어와서야 확

 진 것이 없었다. 이런저런 문제로 많이 다투면서도 아이들 때  인한 것이다. 2학년이 되도록 적응하려고 노력했으나 잘 되지
 문에 참고 살다가 아이들이 졸업하고 취직하자 남편과 헤어  않자 엄마 탓을 하는 바람에 모녀간에 가끔 전쟁을 치른단다.



 ● 고경  2017. 07.                                            56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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