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7년 8월호 Vol.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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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록의 뒷골목
랐다. 근대 이전 서구 열강들의 나라 이름을 우리는 이들을
먼저 접한 중국에서 적어주는 대로 읽었다. ‘오지리’에서, 오스
오직 나만이, 트리아는 제1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강대국이었다는 사실을
나를 살아낼 수 있다 알 수 있다. 또한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중원을 거쳐 한반도
로 수입됐다. 그래서 불교의 여러 개념들은 상당수가 가차문
자다. 불교가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글 : 장웅연
‘아뇩다라삼먁삼보리 (阿耨多羅三藐三菩提)’는 가장 긴 가차
이자 가장 기괴한 가차다. anuttara(아누타라)-samyak(삼미악)
-sambodhi(삼보디). 무상정각(無上正覺), 무상정등각(無上正等
覺),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 무상정변지(無上正遍知)라고
번역한다. 더 이상 올라갈 경지가 없는 궁극의 깨달음을 기리
가차(假借)는 한자어를 구성하는 여섯 가지 특질 가운데 하 는 개념이다.
나다. 말만 있고 글자가 없는 경우, 비슷한 소리를 가진 글자
를 빌려 쓰는 것을 가리킨다. 특히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국
가의 명칭에서 다수 발견된다. 로마를 라마(羅馬)로, 잉글랜드
를 영길리 (英吉利)로, 아메리카를 미리견(彌利堅)으로, 프랑스
를 불란서 (佛蘭西)로, 이탈리아를 이태리(伊太利)로, 홀랜드(네
덜란드)를 화란(和蘭)으로, 오스트리아를 오지리(墺地利)로, 이
집트를 애급(埃及)으로, 필리핀을 비율빈(比律賓)으로, 아프가
니스탄을 아부한사단(阿富汗斯旦)으로, 우루과이를 우류구(宇
柳具)로, 탄자니아를 단좌니(旦坐尼)로 쓰는 식이다. 조금은 낯
설고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국명들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오랜 세월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였던 한국은 한자문화
권에 속한다. 우리도 한동안 중국인들의 표기법을 그대로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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