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17년 8월호 Vol.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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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가 뭐라고, 비싸든 싸든 맛있게 먹으면 될 것을, 그땐 어려  보시. 기쁘게 주고 고맙게 받기. 마음에 티끌을 남기지 않

 운 처지에 몰리다 보니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주는 것도 제대  고 거기서 끝.
 로 받지 못했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보시에는 상대가 있다. 잘 주는
          사람이 있고 잘 받는 사람이 있다. 둘 다 잘하는 사람이 있
 #밥 한 끼 사주고 욕을 들었다  고 둘 다 못하는 사람도 있다. 주기 좋아하는 사람도 상대방
 한참 지나 벌이가 쥐꼬리만큼 나아졌다. 게다가 조그만 경  처지가 되어보지 않고 생각 없이 베푼다면 그 보시는 자기만

 사가 있었으니, 대출 원금을 갚은 건 아니지만 싼 이자로 갈아  족에 그치기 쉽다. 자기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 보시가
 탄 덕분에 약간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줄어든 이자만큼   아니다. 주는 자와 받는 자 사이에는 지위 차가 존재하기 때
 매달 생활비가 늘어난 셈이라, 잠시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문에,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싫어도 싫다는 말을 대놓고

 이 기쁨을 함께하고자, 내가 한 턱 낼게 하며, 친구 둘을 불러  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 받는 사람은 도움과 함께 상처도 받
 냈다. 그날은 평소 가던 데보다 조금 비싼 집으로 갔다. 셋이   는다.
 먹고 삼만 얼마를 낸 것 같다. 기분 같아선 더 특별한 걸로 살   따라서 보시를 할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성급히 무언가
 수도 있었는데 좀 섭섭했다.   를 주기보다는 차라리 답답한 이의 말을 들어주고 어려움을
 그래서 며칠 뒤에 한 번 더 사겠다고, 언제 시간 나느냐고   함께 견디는 편이 낫다. 비 맞는 사람에게는 우산을 사주는

 물었다. 친구 하나가 짜증을 섞어서 소리를 질렀다. “아, 됐어!   친구보다 함께 비를 맞는 친구가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밥에다 돈지랄하지 말고 그 돈 있으면 현금으로 나 줘!” 그러  보다 못해 무언가를 주려면, 『대보적경』 「가섭품」에 나오는 부
 고는 먼저 휘적휘적 가버렸다. 어이가 없었다. 친구의 뒷모습  처님의 말씀을 따르면 된다.

 을 보면서 ‘쟤 왜 저래?’ 하다가 불현듯 선배에게 밥 얻어먹은   “중생의 필요에 따라 필요한 것을 베풀되 보상을 기대하지
 일이 떠올랐다. 아, 쟤는 시간이 아깝겠구나, 삼만 원이 절실하  않는다.”
 겠구나. 그 친구는 시급 알바를 해서 학교 다니는 아이 둘을   그러나 이 말씀대로 하려면 상대방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건사하고 암에 걸린 부모를 돌보는 중이었다. 친구 덕분에, 나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구사론』 「분별업품」에서는 사람들이
 의 생각 없음을 돌아보고 ‘황새한테 밥 줄 때는 접시에다 주어  행하는 보시를 여덟 종류로 나열하는데, 제대로 보시하기가

 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되새겼다.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준다.





 ● 고경  2017. 08.                                            58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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