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17년 8월호 Vol.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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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장이니라.”                                                          다. 사람이 그냥 그대로 부처님인 것이다. 그리 시간도 걸리지

           노조가 다시 물었다.                                                         않을뿐더러 고행도 불필요한 최고의 깨달음이다. 오직 나만
           “어떤 것이 구슬입니까?”                                                      이, 나를 살아낼 수 있다.
           남전이 “노조야.”라고 넌지시 불렀다.                                                 여래장(如來藏)은 청정한 본래 마음을 가리킨다. 여래장에
           노조가 말했다.                                                            힘입어 중생은 부처가 될 수 있다. 사실 단순하게 따지면 선
           “예.”                                                                한 마음이든 악한 마음이든, 그냥 사람의 마음이다. 깨달음이

           “가거라. 그대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란 더럽고 치사한 마음을 ‘딛고’ 올라선 자리이니까. 여래장은
                                                                               생각한 것들의 총체이며 그리하여 생각할 것들의 총체다.
           6조 혜능은 모든 선사들의 아버지다. ‘참나’에 대해선 별달                                     알파고는 과학기술이 창조한 여래장이다. 인간계 최고수들

         리 언급하지 않았으나 ‘나’에 대해선 입이 닳도록 말했다. 그                                    을 한낱 ‘찌질이’로 전락시키는 알파고의 연전연승에 우리들
         가 완성한 조사선의 핵심은 주체성이다.                                                 은 탄복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바둑’이라는 게임에만 특화
           “마음은 광대한 허공과 같다. 일월성신과 산하대지와 선업                                     된 지성이다. 사람은 바둑만 두고는 살 수 없으며 밥도 먹어

         과 악업과 천당과 지옥이 모두 마음 안에 있다” 『육조단경(六祖壇經)』                               야 하고 밥을 벌어야 한다.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사람을 키우
           인간은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는다. 세계는 마음                                    기도 한다. 진심을 다 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만

         의 반영이고 마음의 총체가 세계다. 자심진불(自心眞佛). ‘자신                                   능이다. 보석도 내 마음이 보석이라고 인식하고 추켜세워야만
         의 마음이 진정한 부처’라는 긍정의 언어다.                                              비로소 돌멩이가 아니라 보석이다. 세계의 주재자가 멀리 있
           그리고 이 마음은 부려먹는 사람에게도 빌어먹는 사람에게                                      지 않다.

         도 있다.
           “한 생각에 깨닫는다면 중생이 곧 부처이며 ‘중생과 부처가
         따로 있다’는 망념만 내려놓는다면 그대가 천하의 선지식이

         다.” 『육조단경(六祖壇經)』                                                      장웅연    _ 집필노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조사선(祖師禪)에 관
                                                                               한 수업을 몇 개 들으며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다. ‘불교신
           혜능에게 “불성(佛性)은 인성(人性)”이었다. 그리하여 ‘그대도
                                                                               문 장영섭 기자’가 그다. 본명과 필명으로 『길 위의 절(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
         부처님처럼 울고 웃을 줄 아니 부처님이고, 부처님처럼 먹고                                      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눈부시지만, 가짜』,
                                                                               『공부하지 마라-선사들의 공부법』, 『떠나면 그만인데』, 『그냥, 살라』 등의 책을 냈다. 최근작
         잠자고 똥 눌 줄 아니 부처님’이라는 혁명적인 사유를 개발했                                     은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 고경                                           2017. 08.                                                                54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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