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고경 - 2017년 10월호 Vol.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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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배우고 도를 배우며, 언어문자에 집착하며, 부처와 조사를   귀한 무엇을 추구한다고 한들 모두 헛일이요 망상일 뿐이라

 구하고, 선지식을 찾아가 그 뜻이 어떠한지 자기의 생각으로   는 말입니다. 연야달다(演若達多)의 이야기를 언급한 것도 그
 시험해 보고자 합니다.  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참된 공부요 수행이라 착각해서는 안 됩니  연야달다가 자기 머리를 잃어버렸다고 찾아 헤맸지만 그 찾
 다. 선 (禪)을 구하면서 또 다른 무엇인가를 배우려 하는 것은   아 구하는 마음을 그치고 나니 그대로 보리 (菩提)더라는 것입
 다 허튼 짓입니다. 부처를 구하든지, 조사를 구하든지, 팔만대  니다. 『능엄경 (楞嚴經)』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연야달다는 인

 장경이든지 조사어록이든지 뭐든지 간에 언어문자를 익히는   도사람인데 얼굴이 참 잘났어요. 얼굴이 잘났으니 항상 거울
 이것은 전체가 다 방가파파지 (傍家波波地), 밖으로 옆길로 빠져  을 봅니다. 거울 속의 자기를 보면서, 아, 내 얼굴이 이렇게 잘
 서 부산하게 뛰어다니며 헛일만 한다는 것입니다. 오직 지금   났구나 생각하고 스스로 즐거워했단 말입니다. 늘 이렇게 거

 부지런히 화두를 참구할 뿐 화두하는 외에는 모두가 밖으로   울 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었는데 한번은 그만 정신이 돌아
 옆길로 들어서서 분주하게 이리저리 내달려 봤자 헛일일 뿐입  버려 거울을 들여다 보니 자기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큰일
 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든지 시간을 아껴 화두를 부지런히   났다고 여겨 자기 얼굴을 찾아서 온 동네를 찾아 헤매고 다녔
 참구해 부처도 필요 없고, 조사도 필요 없고, 팔만대장경도 필  습니다. 중생의 자성이 어두워서 자기 머리는 그대로 있는데
 요 없고, 이전 큰스님들의 조사들 어록도 다 필요 없는 참으  미쳐가지고 자꾸 자기 머리 없다고 찾는다고 온 시방세계를

 로 자유자재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쫓아다닌다 말입니다. 이것을 두고 사두멱두(捨頭覓頭), 머리
 그대들 자신에게 다만 한 부모가 있는데 다시 무엇을 구하  를 버리고 머리를 찾는다고 합니다.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
 려 하느냐고 임제스님은 따져 묻습니다. 여기서 부모란 자기  기우멱우(騎牛覓牛)와 같은 말입니다.

 의 본원이자 본래면목을 뜻합니다. 차별하고 분별하는 마음  그런데 미친 마음이 그치고 머리를 찾으려는 생각도 그치
 이 일어나기 이전의 근원적인 자기의 본래마음, 진실한 하나  고 보니 자기 머리는 그대로 있더라는 것입니다. 결국 아무 일
 의 본원을 ‘부모’라는 상징적 언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처럼   이 없었던 것입니다. 자성에 어두운 중생은 자기 머리가 그대
 자기에게 본래면목이 갖추어져 있으니 스스로 반조해 보라,   로 붙어있는 줄도 모르고 밖으로 자기 머리를 찾아다니는 연
 내면을 깊이 응시하여 비추어 보라, 지혜의 눈으로 참된 자기  야달다와 같습니다.

 를 발견하라, 너의 자성을 바로 잘 살펴보라는 말입니다. 본래  미친병, 이것이 완전히 다 나으려면 구경각을 성취해야 합
 인 (本來人)인 자기를 두고서 밖으로만 치달리며 제아무리 존  니다. 구경각을 성취해 미친병이 다 낫고 보면 자기 머리는 본



 ● 고경  2017. 10.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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