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17년 11월호 Vol.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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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오래된 미래
         불교중흥에 관한 소신은 성철스님이 처음으로 ‘매스컴’에 쓴 지난해 12

         월의 <불교신문> 투고 내용과 같을 것이라며 자신의 난처한 입장을 이해
                                                                               『반주삼매경』과
         해달라고 오히려 간청한다.)
           이 종정의 ‘불교중흥을 위한 제언’은 종단의 권력구조를 강
                                                                               불수념
         력한 중앙집권제로 해서 전 종단의 수입을 ‘가톨릭’과 같이

         중앙 집결하고 승려교육과 수도, 포교사업 등에 전적으로 투
                                                                               글 : 명법 스님(은유와마음연구소)
         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종정은 “정부당국이 사회정화의 차원에서 불교에 일대
         수술을 가한 것은 자체적으로 하지 못한 참괴심이 앞서긴 하

         나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고 전제하고 오늘의 현실
         을 전화위복의 기사회생의 기회로 삼아 일대 혁신을 단행할
                                                                                 초기불교에서 불수념(佛隨念, buddhanusmŗti)은 불법승 삼
         것을 주장했다.
                                                                               보에 귀의할 때 요구되었던 염불, 염법, 염승의 하나로서, 석가
           “사찰 재산과 수입의 개인적 분산(分散) 관리의 현 체제가
                                                                               모니 부처님께 귀의하고 예경하며 그 덕을 추모하고 기억하고
         승려들의 부정, 비행, 암투의 원천”이었다고 지적한 그는 승려
                                                                               찬탄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잡아함경』에서 “만약 어떤 사
         자질을 높이기 위해 득도(得道) 및 교육에 관한 일대 개혁과
                                                                               람이 길을 갈 때 미친 코끼리나 미친 사람을 만나 마음이 당
         함께 혁신적인 중앙통제의 재정 운영을 제의했다.
                                                                               황하고 산란하여 … 삼보의 이름을 불러 염하면 두려움을 제
           승려교육은 승가대학과 총림의 설립운영을 시급히 서둘고,                                      거할 수 있고 삼보를 염하는 습관에 의해서 천상에 태어날 수

         사미계, 비구계의 수계를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있다.”고 했듯이 위기의 상황에서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부처
         주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교 문제는 신심이 두터운                                      님의 자비로운 가피와 보호를 구하며 부처님을 기억하고 생
         신도를 참여시키는 새로운 법사(法師)제도의 확립을 제의했다.                                     각하는 방법으로 수행되기도 했다.
           끝내 이 종정을 친견하지 못한 채 백련암을 등진 발걸음은                                       대승불교에서 불수념은 마음속으로 부처님을 지속적으로

         무겁기는 했지만 한국불교의 저력을 새삼 실감한 것도 같아                                       관상(visualizing)하는 독립적인 수행법으로 발전한다. 그와 더
         다소의 위안을 느꼈다. <이은윤 기자>                                                 불어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는데, 다름 아니라 ‘smŗti’
                                                                               의 대상, 즉 기억하고 잊지 않는 대상으로 현존하는 부처님이



         ● 고경                                           2017. 11.                                                                1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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