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17년 11월호 Vol.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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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아미타불이라는 타방세계의 부처님이 등장한 것이다.                                           여래이고, 아라한이며, 완전히 깨달은 분이다. 지혜와 행

           이것은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이 세존의 입멸 이후 부처님에                                         위를 성취하신 분이고, 피안으로 잘 가신 분이다. 세상을
         대한 그리움과 부처님의 상주불멸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일                                          이해한 분이고 위없는 분이며 모든 이들을 변화시킬 수
         어난 변화로서, 교단의 달라진 상황에 상응하는 것이지만, “왜                                        있는 분이다. 신들과 인간의 스승이고, 부처님이며, 세존
         아미타불인가”에 대한 만족할 만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이시다.’”
         않았다. 미술사학자들 중 간다라 지역의 아미타불 신앙이 『반
         주삼매경 (般舟三昧經)』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학자도 있지만,                                     이처럼 소연 (所緣)의 대상이 갖고 있는 특징에는 변함이 없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간다라 지역의 아미타불 신앙의 발생                                      지만 소연 대상의 변화는 대승불교의 기원 및 수행법 발전과
         에 대한 만족할 만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글에서는 대승불교의 기원 문제는 다

           『반주삼매경』은 4종의 한역본과 티베트어 번역본 하나, 그                                    루지 않고 『반주삼매경』에서 말하는 반주삼매의 수행적 특
         리고 산스크리트 판본 일부가 전하고 있는데, 지루가참이 번역                                     징만 살펴보겠다.
         한 『반주삼매경』은 아미타불이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으                                        반주삼매, 즉 ‘현재의 부처님들이 눈앞에 현전하는 삼매
         로 인정된다. 이 경은 후대 아마타경을 비롯한 정토경전과 달                                     (Pratyutpanna buddhasammukhāvasthita-samādhi)’에 대한 자세
         리 현신의 몸으로 서방의 아미타불을 관상할 것을 명시한다.                                      한 설명은 『반주삼매경』 제2장 「행품(行品)」에 나타난다.
         또한 『아미타경』을 비롯한 정토부 경전들에 나타나는 아미타

         불과 달리 『반주삼매경』에 등장하는 아미타불은 석가모니불                                           “어떻게 현재제불실재전립삼매(現在諸佛悉在前立三昧)를
         과 유사한 점이 많은데, 티베트본에는 초기불교 문헌들에서                                           얻을 수 있는가? 바드라빨라여, 이와 같다. 비구, 비구니,
         사용된 ‘부처님의 10가지 호칭 [如來十號]’이 대승불교의 아미타                                      우바새, 우바이는 계를 철저히 지키고 홀로 한곳에 머물
         불을 수식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595년 사나굴                                         면서 마음속으로 서방의 아미타불을 염하라. 마땅히 이
         다가 한역한 『반주삼매경』의 이역본인 『대방등대집경 (大方等大                                        와 같이 염해야 한다. ‘이곳에서부터 천억만 불국토를 지
         集經) 현호분(賢護分)』에서도 여래십호가 나타나는데, 티베트본                                        나면 수마제라는 나라가 있다. 아미타불은 그곳의 보살
         제3장에서 나타나는 아미타불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들 가운데에서 경을 설하고 계시며, 모든 이들이 항상 아

                                                                                   미타불을 념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바드라빨라여, 만약 출
             “훌륭한 가문의 아들이여, 부처님에 대해 염한다는 것은                                        가 혹은 재가보살이 서방의 아미타정토에 대한 것을 들
             무엇인가? 여래를 이와 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그분은                                        으면 아미타불을 염하고 계를 어기지 말아야 한다. 만약



         ● 고경                                           2017. 11.                                                                2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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