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17년 11월호 Vol.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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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바가 없음을 연설했기 때문이다. 경전에서 있는 바가 없

                                                                                   음을 연설했고, 그 가운데 본래 무너지고 본래 끊어졌기
             “반주삼매는 욕망에서 자유로운 자와 욕망에서 자유롭                                          때문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집착할 바가 없다’고
             지 못한 자 모두가 얻지만, 천안은 오직 욕망에서 자유로                                       한다.”
             운 자만이 얻는다. 반주삼매는 내적인 형상화의 끊임없                                         “바드라빨라여, 이 보살은 마땅히 부처님을 염하고 부처
             는 명상, 끊임없는 수행의 결과로 도출된 영상이다. 신통                                       님을 친견해야 하며 경을 들어야 하지만 집착해서는 안
             지의 수행으로 얻어지는 천안통은 색계의 사대에서 기인                                         된다. 왜냐하면 부처님이 본래 없으며 이 법도 인연하는
             한 것이다. 그리고 천안은 사방에서 완전한 광명을 향유                                        바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본래 공하여 있는 바가 없
             한다. 둘은 다르다.”                                                          기 때문이다.”



           『반주삼매경』은 반주삼매 속에 현현한 부처님의 친견을 현                                       이상으로 보듯이 반주삼매는 부처님을 눈앞에서 보듯이
         실적인 체험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반주삼매 속에서 아미타                                       보는 마음의 상태를 계발한다. 이 경험은 허구적이거나 특수
         불을 친견하지 못한다면 꿈에서라도 친견한다고 할 정도로                                        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경험을 구성하지만 『반주삼매경』
         신통력에 기반하지 않은 현실적인 인식임을 강조한다. 이는                                       은 이 모든 현상을 공으로 보라고 이야기한다. “부처님이 본래
         삼매 가운데 나타난 일체의 이미지나 영상을 비판한 불교전                                       없으며 이 법도 인연하는 바가 없다”는 주장은 슈미트하우젠

         통에서 보자면 매우 특이한 태도다.                                                   (L. Schmithausen)이 지적했듯이 불교 문헌에서 최초로 등장한
           하지만 『반주삼매경』의 대승적 특징은 다음과 같은 점에                                      ‘삼계유심 (三界唯心)’의 설법이다. 『반주삼매경』은 정토사상과
         서 두드러진다. 경전에서는 반주삼매의 경험에 대해 “외적인                                      반야사상이 공존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불수념의 염불수
         상(nimitta)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하여 이 경험을 실체화하                                  행과 대승선법과의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또한 제5장 「무착품(無着品)」과 제10장
         「청불품(請佛品)」에서는 반주삼매 속에서 친견하는 아미타불                                      명법 스님  _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10년간 강사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경전 연찬을 하는 틈틈이 제
         과 그 체험의 공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방에서 정진했으며, 서울대와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미학, 명
                                                                               상, 불교를 강의해오고 있다. 2016년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
                                                                               아 운영한다. 새로운 형식의 불교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 밖에도 (사)
             “이와 같이 바드라빨라여, 보살이 부처님을 친견할 때 마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은유와 마
                                                                               음』, 『미술관에 간 붓다』,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등이 있으며, 「무지한 스승으로서
             음으로 염한 것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있는                                    의 선사」, 「『선문염송』의 글쓰기-정통과 민족적 정체성의 지향」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고경                                           2017. 11.                                                                2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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