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17년 12월호 Vol. 56
P. 48
이 지나도 제대로 된 밥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도의 결과 역
시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연수선사는 자신의 이러한 대답이 단지 자신만의 견해가
아니라, 이전의 훌륭한 선사들의 관점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
여주기 위해 ‘고성화상가’를 인용하여 ‘만법이 모두 신기루와
같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신기루란, 실체가 없
지만 눈앞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
킨다. 업의 과보는 너무나 생생하지만, 그것의 본질은 신기루
와 같이 공(空)하다. 그 업과 종자 등이 공(空)하기 때문에 우
리는 그 속박으로부터 단박에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선사의
말씀이다.
지금 이대로 전부 마음뿐이다
위에서 짧게 나온 고성화상가는 『명추회요』의 후반부(747
쪽)에 이르면 보다 길게 인용된다. 이 부분에서는 135자가 인
용되므로, 『조당집』에 전해지는 전체 490자의 노래의 약 28%
분량에 해당된다. 다만 이 후반부의 인용에서는 이전처럼 질
문과 대답은 나오지 않고 노래만 인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몇 구절을 읽어보자.
부지런히 배우고 총림 (叢林)을 가까이할지니
병든 눈으로 허공 꽃을 오인하지 말라
설교란 본래 무상(無相)의 이치 궁구하는 것
많이 읽어보았자 원래 마음 알지 못하네
● 고경 2017. 12. 46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