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17년 12월호 Vol.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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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나도 제대로 된 밥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도의 결과 역

 시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연수선사는 자신의 이러한 대답이 단지 자신만의 견해가
 아니라, 이전의 훌륭한 선사들의 관점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
 여주기 위해 ‘고성화상가’를 인용하여 ‘만법이 모두 신기루와
 같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신기루란, 실체가 없

 지만 눈앞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
 킨다. 업의 과보는 너무나 생생하지만, 그것의 본질은 신기루
 와 같이 공(空)하다. 그 업과 종자 등이 공(空)하기 때문에 우

 리는 그 속박으로부터 단박에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선사의
 말씀이다.


 지금 이대로 전부 마음뿐이다

 위에서 짧게 나온 고성화상가는 『명추회요』의 후반부(747
 쪽)에 이르면 보다 길게 인용된다. 이 부분에서는 135자가 인
 용되므로, 『조당집』에 전해지는 전체 490자의 노래의 약 28%
 분량에 해당된다. 다만 이 후반부의 인용에서는 이전처럼 질

 문과 대답은 나오지 않고 노래만 인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몇 구절을 읽어보자.


 부지런히 배우고 총림 (叢林)을 가까이할지니
 병든 눈으로 허공 꽃을 오인하지 말라

 설교란 본래 무상(無相)의 이치 궁구하는 것
 많이 읽어보았자 원래 마음 알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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