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7년 12월호 Vol.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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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藏)이니, 행록(行錄)을 보지 못해 그의 생애를 알 수 없으
나, 『가행 (歌行)』 1수가 있다. … (『가행』 490자는 필자가 임의
고성화상가(高城和尙歌) 생략) … 선사께서는 또 『대승경음의(大乘經音義)』를 편집
하였는데, 해장(海藏) 가운데 유통되고 있다.(『조당집』 14권)
『조당집』에 나온 이 짧은 기록이 고성화상에 대해 좀 더 알
글 : 박인석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
은 고성화상이 마조대사(709-788)의 법을 이었다는 점이다.
마조대사는 육조혜능-남악회양으로 이어지는 선종의 흐름
가운데 가장 우뚝 서 있는 분이다. 마조대사와 그의 후예들이
없었다면, 육조혜능의 가르침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지
이번 호에는 『명추회요』 747쪽에 나오는 고성화상가(高城 모를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강하다. 마조의 문하들은 육조대
和尙歌)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종경록』 98권-7판에서 유 사의 또 다른 후예인 하택신회와 그를 계승한 규봉종밀 (780-
래한 것이므로, 이 가송(歌頌)이 「인증장」 가운데 나오는 현성 841)과 무척 치열한 쟁론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조 문
(賢聖)의 말씀 60가지 중 하나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고성화 하가 중국 선종의 주류가 됨으로써, 하택과 규봉은 선종의 방
상은 선종사에서 거의 알려진 적이 없으므로, 이 스님이 어떤 계로 취급받게 되었다.
분인지를 먼저 찾아보자. 이에 대한 단서는 그리 많지 않다. 『종경록』을 보면 마조와 종밀에 대한 인용이 상당한 비중
우선 『종경록』 안에서는 ‘고성화상가’가 18권, 44권, 그리고 을 차지하므로, 연수선사가 이 두 분에 대해 어떤 차별적 입
98권의 세 부분에서 인용되지만, 스님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 장을 갖고 있었는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최근의 연
런데 『종경록』과 비슷한 시기에 편찬된 선종의 전등서인 『조 구에 따르면, 연수선사는 선의 내용적 측면에 있어서는 마조
당집 (祖堂集)』(952년)을 보면 스님에 대한 아주 간략한 기록이 의 견해를 계승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돈점론의 사례를 통해
나온다. 알 수 있는데, 연수선사는 마조를 비판했던 종밀의 견해를 다
시 비판한 뒤 마조의 수증론을 돈오돈수론으로 복원시켰다
고성화상은 마조의 법을 이었다. 선사의 법명은 법장(法 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수선사의 글에서 마조의 후예들이 자
● 고경 2017. 12. 42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