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18년 1월호 Vol.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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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왕자(대사)가 말하였다.                                                                  그 후 이견왕(異見王)이 삼보를 가볍게 여기고 훼손하자 종
             “이는 세상의 보배이므로 최상의 보배라 할 수 없으니 보배                                                승(宗勝)이 남몰래 왕의 처소를 찾아가 불법의 요지를 자세히
           가운데 법보(法寶)가 으뜸이오며, 이는 세상의 빛이므로 최상의                                                설명하고 이리저리 따져 물었다. 대사는 멀리서 종승의 논리가

           빛이라 할 수 없으니 빛 가운데 지혜의 빛이 으뜸입니다. 또한                                                잘못되었음을 알고 급히 바라제 (婆羅提)에게 말하였다.

           세상의 밝음이라 최상의 밝음이라 할 수 없으니 밝음 가운데                                                    “네가 속히 종승을 구하도록 하라.”
           마음의 밝음이 으뜸입니다. 이 구슬의 빛과 밝음으로는 스스                                                    바라제가 “신통력을 빌려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하니 그 말
           로를 비출 수 없고 지혜의 빛을 빌려야 빛인 줄로 판명됩니다.                                                이 끝나자마자 발아래 구름이 피어오르고, 그는 구름을 타고

           그렇게 판명되고 나서야 구슬인 줄 알게 되고, 구슬인 줄 안                                                 왕 앞에 가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왕은 때마침 종승에게
           다음에야 그것이 보배임이 밝혀집니다. 이것이 보배로 밝혀지                                                  질문을 하다가 갑자기 구름을 타고 오는 바라제를 보고 깜짝

           면 보배는 그 자체가 보배가 아니며, 그것이 구슬로 판명되면                                                 놀라 문답마저 잊고서 이렇게 물었다.
           구슬은 그 자체가 구슬이 아닙니다. 구슬을 구슬이라 하지 않                                                   “공중에 날아오는 이는 정도(正道)인가, 사도(邪道)인가?”

           는 것은 지혜 구슬을 빌려야 세상의 구슬인 줄 알 수 있기 때                                                  “나는 바른 것을 삿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삿된 것을 바르
           문이며, 보배를 보배라 하지 않는 것은 지혜 보배를 빌려야 법                                                게 하러 왔소만 왕의 마음이 바르다면 나에겐 삿됨도 바름도

           보인 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존자께 도가 있다면                                                없을 것이오.”
           그 보배는 그대로 나타날 것이며, 중생에게 도가 있다면 마음                                                   왕은 그의 말에 놀라면서도 자만심이 타올라 종승을 쫓아

           의 보배 역시 나타날 것입니다.”                                                                버렸다. 그러자 바라제가 말하였다.
             존자는 왕자의 논변과 지혜에 감탄하여 이름을 ‘보리달마’                                                   “왕에게 도가 있다면 어찌하여 사문(沙門)을 쫓아내시오? 내

           라 바꿔 부르게 되었고, 왕자(대사)는 향지왕이 세상을 떠난 후                                               비록 아는 것은 없지만 왕은 무엇이든 물어보시오.”
           드디어 출가하였다.       1)                                                                 이에 왕은 화를 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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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야다라존자와 보리달마대사의 인연담과 출가 이야기는 『종경록(宗鏡錄)』을
              비롯하여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등 오등록(五燈錄)에서 먼저 전해지고 있                                        사 전기에 포함되어 있는 반면, 나머지 대부분의 전등록류에서는 반야다라존자
              다. 다만 『종경록』과 『가태보등록(嘉泰普燈錄)』에서는 이 이야기가 보리달마대                                       의 전기에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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