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18년 1월호 Vol.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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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을 보는 이가 부처입니다.”                                                                  손에 있을 때는 잡는다 하고
             “대사는 성품을 봅니까?”                                                                      발에 있을 때는 달린다 하니
             “나는 불성을 봅니다.”                                                                       나타날 때는 항하사 세계에 빠짐없이 나타나고

             “불성은 어디에 있습니까?”                                                                     거둬들이면 한 티끌 속에 있다

             “불성은 작용(作用)하는 데 있습니다.”                                                              아는 이는 이를 불성이라 하지만
             “무슨 작용이기에 지금 나는 볼 수 없습니까?”                                                          모르는 자는 이를 정혼(精魂)이라 한다.
             “막상 작용이 나타나 있는데도 왕 스스로가 보지 못할 뿐입

           니다.”                                                                                왕은 이 게송을 듣고 마음이 열려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
             “나에게도 있습니까?”                                                                    고 사죄하면서 불법의 요체를 물었다.            2)

             “만일 왕께서 작용을 한다면 어디나 있지만 작용을 하지 않                                                  대사가 하루는 “내, 적현신주(赤縣神州, 중국의 별칭)를 바라보
           는다면 본체 (本體)도 보기 어렵습니다.”                                                           니 큰 근기가 있구나.” 하고는 드디어 바다 건너 사막 넘어 법

             “만일 작용을 한다면 몇 군데에서나 나타납니까?”                                                     을 위하여 인재를 구하였다. 처음 중국에 와서 양무제 (梁武帝)

             “나타날 때는 여덟 가지로 나타납니다.”                                                          를 만나자 무제가 대사에게 물었다.
             “나타나는 그 여덟 가지를 나에게 설법해 주시오.”                                                      “부처님의 으뜸가는 법문[第一義]은 무엇입니까?”
             바라제는 게송으로 설명하였다.                                                                  “텅 비어 부처랄 것이 없습니다.”

                                                                                               “나와 마주한 그대는 누굽니까?”

                모태 (母胎)에 있을 땐 몸이라 하고                                                           “모르겠습니다.”    3)
                세간에 처하여서는 사람이라 한다
                                                                                             2)   이견왕과의 이야기와 게송의 경우 『종경록』 권97에는 반야다라존자전기로 되어
                눈에 있으면 본다 하고
                                                                                                있다.(T48-p.939ab) 그러나 이 이야기는 『경덕전등록』에 이르러서 보리달마대
                귀에 있으면 듣는다 하며                                                                   사의 전기에 포함되어 있다.(T51-p.218ab) 이후의 전등록류에는 대부분 달마대
                                                                                                사의 전기에 포함되어 있다. 『선문염송(禪門拈頌)』 제104칙 견성(見性).
                코에 있으면 냄새 맡는다 하고                                                             3)   달마대사와 양무제의 문답은 많은 어록이나 전등록류에 나타나 있다. 『오가정
                                                                                                종찬』의 경우 많은 내용이 생략되어 있다. 『경덕전등록』에 자세한 내용이 있다
                입에 있으면 말한다고 한다
                                                                                                (T51-p.219ab). 『선문염송』 제98칙 성제(聖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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