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18년 1월호 Vol.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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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가 알아듣지 못하자 드디어 갈대를 꺾어 타고 양자강을   다섯 식구가 길을 함께 가노라니 [五口相共行]
 건너 소림사에 도착하였다. 벽을 향한 지 9년  만에 수북히 쌓  마침내(九十은 卒의 破字) 너와 내가 없도다. [九十無彼我] 6)
 4)
 인 눈 속에서 이조(二祖, 慧可)를 만나게 되었다.

 한번은 이조에게 말하였다.  대사는 인연이 다함을 알고 천축(天竺, 인도)으로 돌아가기에

 “밖으로는 모든 인연을 쉬고 안으로는 마음에 헐떡거림이   앞서 제자들에게 각자의 뜻을 말하도록 하였는데 도부(道副)
 없이 마음이 장벽과 같아야 비로소 도에 들어갈 수 있다.”  는 거죽을 얻고, 총지(總持)는 살을 얻었으며, 도육(道育)은 뼈를
 그 후 의발을 전하면서 게를 지어 부촉하였다.  얻고, 이조(二祖)는 골수를 얻었다고 하였다. 7)




 내 본디 이 땅에 온 것은 [吾本來玆土]  대사가 입적하자 웅이산(態耳山)에 장례를 치렀다. 그 후 위
 법을 전해 미혹 중생 구하기 위해서였네 [傳法救迷情]  (魏)나라 송운(宋雲)이 서역으로 사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파

 꽃송이 하나에 다섯 꽃잎 피어나니 [一花開五葉]  미르 고원 [葱嶺]에서 대사를 만났는데, 한 손에 신발 한 짝을
 그 열매 저절로 익어지리라. [結果自然成] 5)  들고서 천축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송운이 이를 황제에게 아

               뢰어 무덤을 파헤쳐 보니, 과연 빈 관 속엔 신발 한 짝만 남아
 보리유지(菩提流支)와 광통율사(光統律師)가 스님을 죽이려고   있었다. 8)
 여러 차례 독약을 넣어 왔는데, 여섯 번째에 이르러서는 마침

 내 피하려 들지 않았다. 이렇게 예언하였다.
                  ‘
               6)   강물에 작은 배는 옥빛 물결 가르고’는 보리유지(菩提流支)를, ‘큰 횃불은 쇠사
                  슬을 끊도다’는 광통율사(光統律師)를, ‘다섯 식구(五口)’는 나(吾)라는 뜻이다.
                  『경덕전등록』(T51-p.220a)에 자세한 이야기가 전하는데 다음과 같다. 우문(禹
 강물에 작은 배는 옥빛 물결 가르고 [江槎分玉浪]  門) 천성사(天聖寺)에 달마대사가 머물던 중, 그 고을의 태수 양현지(楊衒之)의
                  방문이 있었다. 양현지와의 불법에 대한 문답 가운데, 양현지는 달마대사께 세
 큰 횃불은 쇠사슬을 끊도다 [管炬開金鎖]  간에 오래 머물기를 청하였으나 달마대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하여 거절하였
                  다. 이에 양현지는 예언을 부탁한다. 이때 달마대사가 예언을 하는데 이것이 본
                  문의 게송이다. 『경덕전등록』에는 이후 보리유지(菩提流支)와 광통율사(光統
                  律師)의 독약 이야기를 자세하게 싣고 있다.
 4)   소림사(少林寺)에서의 9년 면벽의 내용이다. 『선문염송』 제99칙 면벽(面壁).
               7)   자세한 이야기는 『선문염송』 제101칙 득수(得髓)에 나타나 있다.
 5)   달마대사의 전법게(傳法偈)이다. 『종경록』 권97 (T48-p.939c), 『경덕전등록』 권
 3 (T51-p.219c). 『선문염송』 제102칙 오본(吾本).  8)   『경덕전등록』 권3 T51-p.220b. 『선문염송』 제103칙 척리(隻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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