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8년 2월호 Vol.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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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주인공의 삶

               요즘 제 원고가요, 경에서 다 베낀 거잖아요. 다 부처님 말씀이

               고 제가 쓴 거라고 할 수도 없을 지경인데, 원고 이렇게 써도 되
 연재를 하다 말고 선지식을   나 해서요. 원고료를 부처님과 반띵할 수도 없고… 그래서 어


 만나서 경전 번역을 생각했다  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즉답이 돌아왔
               다. “원래 경전 보는 사람 아니었습니까? 새삼스럽게 왜 그러십

               니까? 계속 써주세요.” “아, 예, 그럼, 그리 알고 계속 쓰겠습니
 글│이인혜         다.” 스님께서 한마디 덧붙이셨다. “원고료는 부처님과 반띵하

               십시오.” 전화를 끊고 나서 몰록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아, 참, 그
 ○●○           렇지, 내가 경을 보는 사람이었지. 깨달음이란 원래 다른 데서

 지난 연말에 본지 발행인 원택스님께 전화를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한테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 점
 드렸다. 『고경』에 계속해서 글을 올려도 되겠는지 회의가 들었  을 일깨워주신 스님께 감사드린다.

 기 때문이다. 원래 글 쓰는 사람도 아닌데다가 먹고사는 일에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도 경전 번역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했
 치이다 보니 원고에 쏟을 힘이 남아 있질 않았다. 몇 년 썼으면   었다. ‘경전 번역에 나타난 한글 술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

 익숙해질 만도 한데 그렇기는커녕 매번 쥐어짜느라 고생하는   였다. 그중에 나는 북한에서 번역한 대장경을 재료삼아 ‘번역
 편이다. 급기야 최근 몇 번은 원고의 대부분을 경에서 인용하  용어 선택의 기준’에 대해 짧은 글을 써서 발표하였다. 이런 주

 는 식으로 채우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에게도 미안하  제를 맡게 된 것은, 북한의 역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은
 고 원고료를 받는 것도 죄송했다. 스님께서 그만 쓰라는 말을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05년이니 벌써 십 년도 더 지난 일이

 차마 못하고 계신 건 아닌지 해서 먼저 전화를 드린 것이다.  지만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종교를 아편이라고 여기는 그들
 통화연결음을 들으면서 (진짜로 그만 쓰라고 할까봐) ‘괜히 전화  이 불경을 번역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고, 25책으로 펴낸 해

 했나’ 후회가 드는 순간, 전화를 받으셨다. “어쩐 일이십니까?”   제를 읽고 나서 더 놀랐다. 한자가 한 글자도 섞여 있지 않았기
 “저어~ 내년에도 원고 계속 쓸까요?” 다짜고짜 묻는 말에 당  때문이고, 그럼에도 뜻이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그 일을 해

 황하지 않고 “왜 그러십니까?”하고 되물으셨다. “그게~ 저어~   낸 사람들은 북한의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 연구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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