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18년 3월호 Vo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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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매의 단계에서 모든 행상은 싫어하고 버려야 하는 대상                                                 을 마음속에 떠올려 유위의 형상을 지혜로써 살펴 분석하고

           으로 간주된다. 다만 공과 비아는 열반과 비슷한 경계이므로                                                  대치하고 마음속에서 유위법과 관련된 지각의 내용을 지워 무
           싫어하고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버려야 할 대상에서                                                 위의 세계를 체험하는 선정의 구조를 갖는다.

           제외된다.                                                                               여기서의 공이란 대상화된 실체로서의 공이며 분별의 작용
             『구사론』은 삼삼매를 다시 세간과 출세간의 차별에 의해 번                                                이다. 비아와 열반도 마찬가지다. 이는 결국 현상세계 너머에

           뇌가 있는 삼매 [淨等持]와 번뇌가 없는 삼매[無漏等持]로 나누는                                              그것을 존재하게 하는 그 무엇, 즉 법이 있다고 상정하는 태도
           데, 정등지는 세간의 등지이고 무루등지는 출세간의 등지이다.                                                 로, 다만 그 법의 특징 중 하나를 공의 행상이라고 간주하는

           이 가운데 무루의 세 가지 등지만 삼해탈문이라고 한다. 왜냐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점들을 볼 때 『구사론』에서 말하는
           하면 번뇌가 없는 삼매는 공・비아・열반과 같은 행상을 떠올려                                                 삼삼매는 제법의 존재를 전제로 한 아미달마 교학의 기본적인

           그것에 의식을 집중하여 마음이 행상과 하나가 되면 이것이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선정의 방법으로서, 대승불교의 공 개념
           인식주관이 되어 사제 (四諦)를 분석하여 세간의 현상에 관한                                                 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집착과 번뇌를 소멸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상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사론』에서 출세간을 위한 선정의 방
           원인과 조건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생사로부터 자유로워진 상                                                  법으로 삼해탈문에 주목했던 것은 선정수행 발달과정에서 중

           태가 되어 열반에 도달하기 때문에 이 세 가지 무루등지를 세                                                 요한 의미를 갖는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구사론』에서 말하
           가지 해탈로 가는 문(삼해탈문)이라고 한다.                                                          는 삼삼매는 마음속에서 지워야할 행상들을 대상으로 의식을

             그런데 『구사론』에 나타난 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는                                              집중하는 수행법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세간의 현상에 관한
           선정을 위해 마음의 표상으로 떠올린 것으로서, 법의 특징으                                                  집착과 번뇌뿐 아니라 선정의 단계에 따라 발생하는 희수(喜

           로 파악된 것이다. 따라서 삼삼매는 마음의 표상에 떠올린 공                                                 受) ・낙수(樂受) 등에 대한 집착을 극복할 수 있다. 이 삼매에서
           등의 행상이 인식의 주체로서 기능하며 이어서 대상[四諦]을                                                  중요한 기능을 하는 행상(空・非我・涅槃 등)은 번뇌가 소멸한 순

           향하여 나아가 그 대상을 지혜에 의해 살피고 번뇌와 업의 원                                                 수 인식의 경계 [淨智]이며 언어와 사유를 초월한 세계, 진리 그
           인이 되는 유위의 행상을 마음속에서 대치하여 소멸시키는 수                                                  자체이다. 이처럼 삼매의 대상을 현상하는 차별적 법이 아니라

           행법이다. 다시 말해 삼해탈문은 법의 공통된 특징인 16행상                                                 순수한 인식의 경계로 삼음으로써 선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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