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8년 3월호 Vo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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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이 다른 모든 부처님의 말씀 한편 연수 선사의 이러한 태도는 우리나라 불교계의 성철
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49년간 한 글자도 더하지 않았다거나 선사에게도 나타난다. 성철 선사께서는 평생 누구보다 철저하
더 나아가 한 글자도 설하지 않았다고 보는 해석이다. 즉 모든 게 참선 수행을 실천했던 분이지만, 그분이 남긴 말씀들, 가령
부처님의 설법은 다름이 없으므로, 석가모니께서 여기에 특별 『백일법문』이나 『선문정로』 등을 보면 자신의 말씀보다는 부처
히 덧붙인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님과 조사의 말씀을 훨씬 더 많이 인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
이 두 가지 중 연수 선사의 의도는 둘째 해석에 더 가까운 다. 아마 성철 선사 또한 연수 선사처럼 불법을 온전히 전하는
것 같다. 불교에는 수많은 부처님이 등장하는데, 이분들의 말 데 진력을 다하셨고, 그런 와중에 자신의 말씀보다는 부처님
씀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부처님이 출 과 조사의 말씀을 더 귀하게 활용하셨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
현하더라도 그분만의 특별한 말씀을 추가할 것이 없다는 것이 고 이런 모습 속에는 불법의 진리에 동참한 분들이 갖는 어떤
다. 이렇게 보면, 연수 선사가 자신의 말을 아낀 것은 단지 겸손 여유로움이 간직되어 있는 것 같다.
해서가 아니라 매우 충만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는 위의 인용문에 이어지는 문장에서 곧장 확인된다.
또 『경』에서 “앞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뒤의 부처
님이 따른다.”고 하였으니, 만약 이와 같이 요달한다면 부
처님 말씀이 나의 말이고, 나의 말이 부처님 말씀인 줄 알
것이다.
연수 선사는 혼란한 사회 속에서 불교의 바른 길을 제시하
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바른 길은 부처님과 조사의 가르
박인석
침 속에 온전히 드러나 있으므로, 굳이 자기의 얘기보다는 불 —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사상 연구’로 박
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불교전서>를 우리말로
조(佛祖)의 말씀을 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번역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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