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8년 3월호 Vo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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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결혼한 첫날 저녁부터 생과부가 되
                                                                                                어 일생을 지내야 할지라도 절대 남편을 미워해선 안 됩니
           밥벌이를 위하여 살면                                                                          다. 좋든 싫든 무조건 남편을 따라주어야 합니다. 밤에 남

           밥벌레가 된다                                                                              편이 내연녀를 찾아간다면 등불을 들고 그 길을 바래다 주

                                                                                                십시오. 또 그녀에게 몇십만 원이라도 쥐어주면서 우리 남
           글│장웅연                                                                                편 비위 좀 잘 맞추어 달라고 사정사정 하십시오. ‘우리 주
                                                                                                인은 내 힘 가지고는 전혀 위안을 못 받으니, 당신이 그렇게

           ○●○                                                                                  해주면 내가 반드시 그 은혜를 갚겠다’고 정성으로 부탁하
                                                                                                십시오. 여자가 모르게 돈을 몰래 두고 오면 더 좋습니다.”

             #4. 청담의 생활법문                                                                       =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거하게 차렸다.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년에게 도리어 굽실거리라는 거냐’며
             비가 오면 빗방울이 여기저기 떨어진다. 지붕에도 떨어지고
                                                                                                좌중이 흥분하자 청담이 덧붙여 말했다. “이래야만 다음 생
           장독대에도 떨어지고 내 얼굴에도 떨어진다. 이런저런 빗물을
                                                                                                에 그런 남편을 안 만납니다. 빚을 다 갚았기 때문입니다.”
           전부 떠안고 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살다보면 이럴 수
                                                                                                = 상다리가 부러져 엎어진 음식들을 잠자코 주워 담는다.
           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살다보면 이런 꼴도 당하고 저런 꼴도

           당할 수 있다. 살다보면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저렇게 살 수도 있                                                한자 ‘爲(위)’는 ‘손톱[爪]’으로 ‘코끼리[象]’를 움켜쥔 모습을
           다. 그리하여 살다보면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그 모든                                              본떴다. 인간이 동물을 부린다는 뜻으로, 인위와 문명의 시작

           가능성의 숲에 나를 던져놓고 아무나 가져가길 바랄 수 있다면.                                                을 알리는 글자다. ‘하다’, ‘되다’, ‘다스리다’, ‘삼다’, ‘생각하다’,
           어느 똥개가 함부로 싸지른 똥도, 깨달음의 낙처 (落處)로구나.                                               ‘배우다’ 등등 아주 다의적이다. ‘~를 위하여’의 ‘위’도 매우 빈
                                                                                             번하게 쓰이는 ‘爲’다. 한여름에 한여름보다 더운 바람을 내뿜

              청담순호(靑潭淳浩, 1902~1971)가 어느 날 법상에 올라 아줌                                          는 에어컨 실외기 앞에 서 있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
              마들을 상대로 법문했다.                                                                  연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공간의 크기가 문명의 수준이라는 것

              = ‘보살님’들을 극진히 대접할 시간이다.                                                        을. 동물이 인간을 위하여 살 때, 인간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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