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8년 4월호 Vol.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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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 있어 보이는 놈에게서 얻은 앙심을 끌어모아 약을 올린다. 비춘다. 3월엔 개학을 하고 4월엔 선거를 한다. 봄볕이 사라지면
하지만 제아무리 100살을 산들, 삶은 기어이 끝난다. 내가 당장에 죽어버리거나 잔뜩 움츠러들어 제 몫이나 챙길 것들이.
나를 기억할 수 없고 내가 나를 알아줄 수 없는 상태로 돌아 ●
가는 것이다. 결국 그토록 물고 빨던 ‘나’는, ‘저놈’이 된다. 남을 또 하루가 간다.
미워할 시간에, 좋아하는 술 담배나 계속 하기로 했다. 죄는 쌓인다.
경허성우(鏡虛惺牛)가 문득 시를 썼다. 또 하루가 온다.
= 일개 개인이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할 수 있는 때가, 혼자서 술 마 벌 받으면 된다.
시는 밤이다.
“세상이 옳은가? 청산이 옳은가? #7. 법정의 좋은 말씀
봄볕이 없는 곳엔 꽃이 피지 않는구나.”
(世與靑山何者是 春光無處不開花)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四聖諦)는 붓다가 깨달은 네 가지
= 악마가 멀리 있지 않다. 봄볕도 안 주면서 말로만 힘내라고 하는 거룩한 진리를 일컫는다. 고통[苦]은 집착[集]에서 생겨나므로,
놈들이다. 집착만 버리면 해탈한다는[滅] … 매우 단순한 도식이다. 도(道)
는 고통을 멸망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여덟 가지의 방법 그러
봄볕이 들면 어디든 생기가 든다. 따스해지고 살만해진다. 인 니까 팔정도(八正道)가 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마음 비우고
생이 피고 웃음꽃도 핀다. 볕 드는 그곳이 집이든 절이든 상관없 바라보고 말하고 일하며 분수에 맞게 살라는 것이다.
다. 세속이든 탈속이든 사람이 들면 그 엉덩이만큼 자연 (自然)이 그리하여 깨달음은 체념 (諦念)이다. ‘방하착(放下着)’이라고 했
줄어드는 법이다. 숨어사는 인간들은 대개 숨기는 것이 있다. 다. 무엇을 생각하든 당장에 그 생각 놓아버리면 그 순간이 행
반면 봄볕은 세상에도 청산에도 널려 있다. 혈연을 따라가지 복이란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만큼이 증오이고, 내가 용서하
않고 인성을 타박하지 않는다. 집도 절도 없는 이들에게도 예외 지 못한 만큼이 전쟁이라고 불교는 가르친다. 일체유심조(一切
가 없다. ‘비춰준다’는 생각도 거래도 없이, 온몸이 ‘비춤’이 되어 唯心造), 내 마음이 곧 현실이기에 가능한 논리다. 지금과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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