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18년 5월호 Vol.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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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하러 왔느냐?” 본래 아무것도 없는데
“오로지 부처되기를 원하옵니다.” 어느 곳에 티끌 먼지 끼겠는가.
“영남 사람들에게는 불성이 없다 하는데, 네가 부처가 되겠 菩提本無樹(보리본무수) 明鏡亦非臺(명경역비대)
다고?” 本來無一物(본래무일물) 何處惹塵埃(하처야진애)
“사람에게는 남과 북이 있지만 불성이야 그렇겠습니까?”
오조 스님은 스님을 남다르다고 생각하여 “방앗간에 있으라” 이 일로 오조 스님은 의발을 전하였다.
하니 스님은 절하고 물러나 연자방아를 등에 지고 쌀을 찧었다. 스님은 그 길로 사람의 눈을 피하여 대유령 (大庾嶺)에 이르렀
뒤에 누군가 강북(江北) 옥천사(玉泉寺)의 신수(神秀, 605~706) 는데, 명 (明, 도명) 스님이 뒤따라오자 바위 위에 의발을 올려놓
스님의 게송을 들먹이는 것을 들었다. 고서 말하였다.
“이 옷이 증거 [信表(신표)]인데 힘으로 다툰다고 되겠는가?”
몸은 보리수 같고 “나는 법을 구하러 따라왔지 옷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다.”
마음은 명경대 같나니 “선도 생각지 않고 악도 생각지 않는 바로 그때, 무엇이 부모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가 낳아 주기 전 명 스님의 본래 모습인가?”
티끌 먼지 끼지 않게 하리라. 이 말에 명 스님은 크게 깨쳤다.
身似菩提樹(신사보리수) 心如明鏡臺(심여명경대)
時時勤拂拭(시시근불식) 莫使惹塵埃(막사야진애) 스님은 의봉(儀鳳) 원년(元年, 677) 병자 정월 초파일에 남해
법성사(法性寺)에 갔는데, 인종(印宗, 677~712) 법사가 경을 강의
스님은 곧 다른 사람에게 그 게송 곁에 자기의 게송을 써 달 하고 있었다. 거기서 마침 두 스님이 ‘바람이다’ ‘깃발이다’ 하
라고 부탁하였다. 며 논쟁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한 스님은 ‘바람이 움직인다’,
한 스님은 ‘깃발이 움직인다’ 하며 논쟁을 끝내지 않자 스님이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명경 또한 받침대 없네 “이 속인도 높으신 두 분의 논변에 끼어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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