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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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자신이 간밤에 먹은 물이 해골바가지 썩은 물임을 알고 토하기 시

           작하였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왜 간밤엔 그토록 달게 마시고 아침엔 토하
           는가? 물은 같은 물인데, 마음이 달라진 것.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두

           마음이 만드는 것임을 깨닫는다. 스님은 가던 길을 돌아섰다. 이미 깨달았
           는데 다시 도를 찾아 먼 길을 떠날 이유가 없었다. 이제부턴 당신의 깨달

           음을 실천하며 살 일이었다.
             그런데 스님께 묻고 싶다. 왜 거기서 멈추었는지? 해골바가지를 보는 순

           간 당신에게 구역질을 일으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한번쯤 곰곰이 생
           각해볼 만하지 않았냐고 말이다.



             10여 년 전 중국 호남성 (湖南省) 장사(長沙)에 갔을 때였다. 우리 일행은

             현지 가이드에게 부탁하여 장사의 전통시장을 찾았다. 시장 구경도 하
             고, 간단한 현지 음식도 맛볼 요량이었다. 그때만 해도 장사 변두리의

             전통시장은 전등을 띄엄띄엄 켜놔 칙칙하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하였다.
             가이드는 우리를 한 식당으로 안내하고 그나마 한국인이 먹기에 괜찮                                                                                                            ―

             을 거라며 민물가재요리를 내놓았다. 민물가재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수행하고 있는 조과 스님을 찾아가
                                                                                                                              인사드리고 질문하고 있는 사대부의 모습을 그린 그림.
             친 후에 소스를 뿌린 음식이었다. 홍주(紅酒)에 가재요리. 꽤 어울리는
                                                                                                                                     조과 스님은 당나라 때의 유명한 선승이며,
             조합인데, 다들 먹지 못하였다. 향신료 냄새가 너무 강했던 것이다.
                                                                                                                                    예배드리고 있는 사대부는 백거이로 보인다.
             왜 장사 사람들에겐 맛있는 요리가 한국인의 입맛엔 맞지 않을까? 만

             약 장사 사람과 서울 사람이 어려서부터 서로 바꿔 살아도 똑같을까?
             당연히 아니다. 비록 한국인이라도 어려서부터 장사에 살았다면 민물가

             재 요리의 강한 향신료 맛을 충분히 즐길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상상해보자. 아마존 원시림 깊숙이 사는 원주민 중엔 사

             람의 육신은 그의 영혼이 깃들어 있어서 육신을 먹는 행위는 그 주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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