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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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믿는 부족이 있다고 말이다. 실제로 식인 따뜻한 햇살이다. 반면에 밝은 아침에 해골을 보고 구토를 느끼는 마음은
풍습은 이러한 믿음 위에서 이루어지는데, 그렇다면 그들에게 해골에 고 인위적이고 후천적인 것이다. 환경과 관습, 문화와 전통 등이 일으키는 바
인 물은 영혼의 정수로 여겨지지 않을까? 해골 속 물은 썩은 물이 아니 람이다. 때론 미풍(微風)이 불다가도 광풍(狂風)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라, 어느 전사의 용기, 혹은 어느 현자의 지혜가 담긴 좋은 물로 받아들
여질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그런 곳에서 원효 스님이 살았다면, 우연히 “나는 알지. 이 스테이크는 실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것을 내 입에
해골 썩은 물을 먹은 아침에 스님은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짓지 않을까? 넣으면 매트릭스가 내 두뇌에 맛있다는 신호를 보내준다는 것을 나는
알지.”
불교는 쉽게 불구부정 (不垢不淨), 더러움도 깨끗함도 없다고 말한다. 본
래무일물(本來無一物), 어느 것도 없는데, 오직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고 영화 <매트릭스>에서 사이퍼가 스미스 요원에게 한 말이다. 사이퍼의 말
한다. 이런 가르침의 초점은 청정무구(淸淨無垢) 본래면목(本來面目)에 맞추 대로 스테이크는 실재하지 않는다. 본래무일물인데, 무엇이 실재한다고 할
어져 있음이 분명하다. 그대의 여래 (如來)를 깨닫고 해탈하라고 말이다. 수 있겠는가. 다만 여기서는 실재성에 대한 복잡한 철학적 논의는 차치하
하지만 이런 태도는 자칫 현존하는 문제를 등한시하거나, 절실한 삶의 고, 일단 스테이크에는 본래 아무런 맛이 없다는 정도로 사이퍼의 말을 이
현장을 외면하기 십상이다. 더구나 이렇게 실존적 문제를 제시하며 문제의 해하자. 그렇다면 스테이크에서 느끼는 맛은 후천적이고 인위적인 것이다.
원인을 밝히려는 태도를 어리석은 일로 치부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불교가 불교로 말하면 유위법 (有爲法)이다.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누가 왜 독
화살을 쏘는지? 따져볼 일이다.
묻고 따져야 한다
다시 원효의 마음을 따라가 보자. 간밤에 목이 말랐을 때 바가지 물을
마신 것은 욕구(欲求, need)에 부응한 것이다. 욕구는 자연스런 것이고 모
든 생명체가 지니고 있는 본래면목이다. 생명현상은 배고프면 먹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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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르면 마시고 싶은 욕구가 생겨야만 가능하다. 이런 욕구는 선천적인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것으로, 본지풍광(本地風光), 어떤 조작도 인위도 없이 불어오는 바람이고 등장인물 사이퍼는 스테이크 맛을 좇아 스스로 거짓된 환상 속에 갇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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