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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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부처님 행적에 대한 시적 가르침’이다. 제1권에 해당하는 「출생품」의 한 다. 선나(禪那)의 세계가 담겨 있으면 된다. 현대 선시의 대표는 조지훈과
대목이다. 부처님 탄신을 태양이 떠오르고 공중에 달이 뜬 것에 비유하고 만해선사이다. 조지훈은 본명이 조동탁(趙東卓)이다. 동탁은 19세(1939년)
있다. 등단했다. 『문장(文章)』에 시(詩) ‘고풍의상(古風衣裳)’이 추천되었고, ‘승무
우리는 ‘부처님오신날’의 ‘여섯 자’를 붙여 쓴다. 고유명사가 되었기 때문 (僧舞)’와 ‘봉황수(鳳凰愁)’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21세(1941년) 오대산 월정
이다. 50년 전 1968년 봉축위원회가 ‘불탄일 (佛誕日)’ 또는 ‘석탄일(釋誕日)’ 사 불교전문강원 강사를 지냈고, 경전과 당시 (唐詩) 등을 탐독했다.
을 한글 명칭로 바꾸었다. 그러나 법정용어는 ‘석가탄신일’이었다. 2018년 시 (詩) 「옛절[古寺] 1」을 보면, 초여름 햇살 속에 고요한 풍경이 감돈다.
올해 처음 ‘부처님오신날’이 법정용어가 되었다. 불교계 요청을 반영해, ‘관 특히, 목어소리가 허공으로 떠나간 자리엔 졸음에 겨워 잠이 든 ‘상좌아
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2017년 10월 10일 개정했다. 음력 4월 8일 이’ 모습이 선하다. 산중 옛 절엔 어느덧 한낮이 지나고, 노을 지는 이미지
이 부처님오신날인데, 양력으로는 주로 5월에 해당된다. 5월 초순과 상순 와 더불어 ‘5월의 꽃 모란[牡丹]’이 지고 있다.
사이다. 양력과 음력 주기 (週期) 차이 때문이다. 여기엔 윤달 등이 개입된
다. 지난해 (2017년)엔 5월 3일이었지만 올해는 22일이다. 통상 3년 단위로
‘20일 내외’의 일차(日差)가 발생한다.
목어 (木魚)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西域) 만리(萬里)ㅅ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 조지훈(趙芝薰, 1920~1968), 옛절(古寺) 1
선시는 한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형식은 물론 언어도 구별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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