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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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몫을 남겨주어야 마땅한 일인데 하나도 남김없이 다 뺏어먹었다.

           며칠 굶은 비구니는 길에서 휘청거리다가 마차에 치었다. 이 일이 알려지
           자 부처님께서 당장 그 비구들을 불러들여 사실을 확인한 뒤에 호되게 꾸

           짖으셨다. 그리고는 이제부터 ‘비구는 비구니 뒤를 따라다니며 밥을 얻어
           먹지 말라’는 율을 정해주셨다. 이 이야기에서 보듯이 승가는 평판으로 먹

           고 살았다. 수행을 잘한 사람은 밥을 얻고 비행을 저지른 사람은 밥을 얻
           지 못하는 것이다.

             승가의 규모가 커지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다 보니 그중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고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율장을 읽어보면 “부처님 계실 때

           는 제자들의 근기가 높아서… 어쩌고…”하는 경전의 말씀이 다 사실이 아
           님을 알 수 있다. 승가는 부처님 계실 때부터 엉망진창이었다. 안팎으로 비

           행을 저지르는 비구와 비구니들 때문에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몇 개만
           들어보자. 신참들이 애써 지어놓은 방을 6군비구들이 빼앗는 과정에서 심

           한 폭행이 있었다. 맞은 비구는 “땅에 쓰러져 거의 죽게 되었다.”고 전한다.
           어떤 비구는 싸움 붙이기 선수였다. 일어나지 않은 싸움은 일어나게 하고,

           일어난 싸움은 더 부채질하고, 끝난 싸움은 불씨를 살려 재점화하는 식이
           었다. 당연히 그가 있는 곳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욕망의 화신이었던 어

           떤 비구는 자신이 여자들과 어울리는 것으로 모자라 거사들에게 여자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거사들이 그 비구에게 했다는 이야기는 이거다. “하룻

           밤에 얼마냐?”
             비행을 저지를 때마다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고, 스님들 이름이 동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동네 사람들은 이
           렇게 비난했다. “석가의 제자들은 입으로는 소욕지족을 말하면서 욕심이

           끝도 없다. 도를 닦는다면서 우리 같은 속인과 뭐가 다르냐.” 율장에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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