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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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공이라는 본질을 따라가면 거짓 현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공
           이라는 실상을 따라가면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이 아니라 눈앞에 펼쳐져
           있는 유위법을 만나고, 인연 따라 명멸하는 인연법들을 만난다. 공은 본체

           이고, 한 알의 살구는 현상적 작용이므로 이를 달리 종체귀용從體歸用이라

           고 한다. 체라는 본질을 쫓아가면 작용이나 현상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상이 곧 본질이라는 것이다. 한 알의 살구를 유심히 보면
           그것은 인연 따라 오고, 인연 따라 사라지는 유위법이다. 살구는 스스로 살

           구가 아니며 살구 아닌 것들과의 연기적 관계 속에서 비로소 살구이다. 따

           라서 살구는 연기적 관계 속에 존재하고, 개별적 개체는 공하다. 연기와 공
           성이라는 우주적 이법이 한 알의 살구를 영글게 한 것이다. 따라서 살구의

           본질을 꿰뚫어보면 연기와 공이라는 이법이 드러난다. 이를 즉용지체卽用
           之體라고 한다. 살구라는 현상과 인과의 작용이 곧 본질이라는 것이다.

             현수는 『탐현기』에서 “인과를 합하여 법계와 동일하다[會因果以同法界].”
           고 했다. 한 알의 살구는 인과에 의해 발생하고 소멸하는 물거품 같은 현
           상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무수한 인과가 중층적으로 서로 교차하고 영향

           을 주고받아 한 알의 살구로 영글었다. 그래서 무수한 인과가 모이면[會因

           果] 법계라는 본체와 같아진다. 이처럼 인과를 합하면 법계가 됨으로 눈앞
           에 펼쳐진 현상이 그대로 법계가 된다.
             색과 공의 이치로 말하면 색즉시공色卽是空이다. 한 알의 살구는 현상이

           며, 인연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색色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색은 개별적

           실체는 없지만 연기와 공이라는 이법의 산물이다. 그래서 색을 알면 색이
           라는 현상이 거짓임을 알지만 그와 같은 앎은 공이라는 본질에 대한 이해
           로 귀결된다.

             천태학의 개념으로 표현하면 종가입공從假入空이 된다. 눈앞에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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