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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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용이고, 법계 그대로가 인과라는 것을 뜻한다. 관계성으로 직조되어 있
           는 법계를 포괄해 보면 법계는 인과라는 현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한 알의 살구 역시 연기와 공이라는 법계의 작용이 인과적 현상으로 나타

           난 것이다.

             청량은 본질과 현상의 이와 같은 관계에 대해 즉체지용卽體之用이라고
           했다. 모든 현상은 연기적 관계라는 본질의 반영을 통해 인과라는 작용으
           로 드러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보편적 관계성과

           개체의 공이라는 이치는 아무 것도 없는 허무적멸이 아니라 오히려 무수

           한 색이라는 현상으로 드러나 있다. 한 알의 살구, 작은 대추 한 알은 모두
           인과의 작용이고, 인연 따라 변해가는 유위법有爲法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모든 개체들은 허상이지만 동시에 연기와 공이라는 본질[體]의 드러남이기

           도 하다.



             본체와 작용의 상즉성과 불이



             연기와 공이라는 존재의 본질은 무수히 펼쳐져 있는 사물에 의탁해 자

           신을 드러내는데 이것이 이미 살펴본 탁사현법託事顯法이다. 법장도 “인과
           가 이실법계理實法界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들이 경험하는 현상
           과 개체들은 인연에 따라 나타나고 사라지는 순간적이고 실체 없는 것들

           이다. 하지만 그 모든 존재들은 법계라는 본질의 세계를 벗어나 있지 않다.

           그래서 그 모든 현상적인 존재들이 이법으로 실재하는 법계라는 뜻이다.
             개체는 인과로 존재하는 현상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관계적 맥락 속으
           로 사라지거나, 아무 것도 없는 허무적멸은 아니다. 공이라는 이법은 하나

           의 개체라는 현상에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종공입가從空入假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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