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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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들이 거짓말이라 하는 것은 사기와 같은 거짓말은 물론이거니
와 남에게 해를 끼치는 말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망어妄語’라 합니다. 불
교 신자라면 누구나 ‘거짓말하지 말라[不妄語]’는 계율을 압니다. 재가오계,
사미(니) 10계의 네 번째 계율입니다. 구족계를 받은 비구·비구니가 불망
어계를 어기는 것은, 승가에서 내쫓기는 가장 무거운 죄의 하나로 바라이
에 해당합니다.
‘불망어’를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
다. 진실을 말하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죄 없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
습니다. 진정성이 결여된 경어도 거짓말은 아니지만 인간을 수단시 한다
는 점에서 ‘망어’입니다. 진정한 불망어는 ‘바른 말’일 것입니다. 『화엄경』은
바른 말의 길을 이렇게 열어 보입니다.
“보살은 나쁜 말을 하지 않는 성품이어서
이른바 남에게 해를 끼치는 말, 거친 말, 괴롭히는 말, 원한을
품게 하는 말, 저속한 말, 용렬하고 천한 말, 듣기 원하지 않는
말, 듣는 이에게 기쁘지 않은 말, 노여워하는 말, 속 타게 하는
말, 원한을 맺게 하는 말, 극심하게 마음에 고통을 주는 말, 자
애롭지 않은 말, 달갑지 않은 말, 나와 남을 해롭게 하는 말을
모두 버렸느니라.
하여 늘 정겨운 말, 윤택한 말, 부드러운 말, 기뻐하는 말, 즐거
워하는 말, 듣는 이의 마음속으로 잘 스며드는 말, 멋스러우면
서 도리에 맞는 말, 많은 사람이 즐거이 믿고 따르는 말, 많은
사람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말, 심신을 뛸 듯이 기쁘게 하는
말을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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