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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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모두 소라모양의 나발螺髮로 변하고, 한쪽 어깨를 드러낸 얇고 투명한
옷은 몸 전체를 두른 굵고 두꺼운 간다라 양식으로 변화된다(사진 2-3).
제석굴에서 설법하는 석가여래
마투라에는 간다라 지역과 달리 석가여래의 생애를 표현한 불전미술佛
傳美術이 성행하지 않았지만, 왕사성 근처의 굴 속에서 제석천에게 설법한
‘제석굴 설법’이 표현된 작품은 몇 점 남아있다.
어느 날 부처님은 마가다국의 암바산다Ambasaṇda 바라문 마을의 북쪽
에 있는 웨디야카Vediyaka의 인다살라Indasāla 굴[帝釋窟] 속에 계셨다. 부처
님께서 이 동굴에 머물 때 제석천(帝釋天, Indra)에게는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몇 가지 전조가 나타났다. 이에 불안을 느낀 제석천은 부처님을 뵙
고자 했으며, 이때 음악신 판차시카(Pancasikhā, 般遮翼)로 하여금 부처님을
방문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게 했다. 이 에피소드를 ‘제석굴 설법’ 또
는 ‘인드라의 방문’이라고 한다.
제석천의 명령을 받은 판차시카는 벨루와판두Veluvapaṇḑu라는 현악기
를 연주하며 부처님과 교법, 승단과 쾌락을 주제로 하는 노래를 불렀다. 판
차시카의 노래가 끝나자 부처님은 천신들의 방문을 허락한다는 뜻에서 그
를 칭찬했다. 부처님으로부터 방문을 허락받은 인드라와 판차시카를 비롯
한 다른 33천의 천신들이 제석굴 안으로 들어갔다. 제석굴은 그처럼 많은
군중을 수용할 만큼 큰 공간이 아니었지만, 제석천과 그 일행이 들어서자
동굴은 그들을 모두 수용 할 만큼 커졌고, 어둡던 내부도 천신들이 내뿜는
빛과 부처님의 광채로 환해졌다.
이곳을 방문한 당나라 현장 스님은 “부처님께서 제석천을 위해 설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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