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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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이나 반야론 등으로 언급하기도 하였지만 인도의 주석가들은 ‘중도에 관
해 논의하는 논서’라고 하였고 한역으로도 『중론』이라고 번역되었다.
그렇다면 중론에서 말하는 중도란 무엇인가? 『중론』제15장 7게송을 보
면 용수의 중도론이 어디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존재하는 것[有]과 존재하지 않는 것[無]을 잘 아는 세존(世尊, 붓
다)은 「까띠야야나kātyāyana를 가르치고 훈계함[教誡]」 중에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과 ‘어떤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어느
쪽도 부정하셨다. 2)
이 게송은 『중론』에서 초기경전의 내용을 언급한 유일한 부분으로 존재
와 비존재의 양극단에서 벗어나는 것, 즉 초기불교의 중도를 말하고 있다.
양극단의 예로 존재와 비존재를 언급한 것은 붓다가 있음과 없음의 양 극
단에서 벗어난 중도를 설했기 때문이다. 용수는 자신이 말하는 중도는 다
름 아닌 ‘붓다의 말[佛說]’이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정통성을 얻고자 했을 것
이다. 붓다는 실천수행에 장애가 되는 양극단뿐만 아니라 온갖 형이상학
에서 발생하는 양 극단의 사고마저도 깨뜨렸다. 용수는 자신도 붓다와 마
찬가지로 생성과 소멸, 동일함과 다름 등 어떤 종류의 양극단이든 그것을
부정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2) 가츠라 쇼류/고시마 기요타카 지음·배경아 옮김, 『 중론 : 용수의 사상·저술·생애의 모든 것 』, 서
울:불광출판사, 2018,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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