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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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우向右측 나무 아래에는 거울을 든 여인과 뚜껑이 있는 상자와 종려나
무 잎을 든 여성이 서 있다. 두 여성은 마야왕비의 시중을 드는 여인이며,
탄생을 비롯한 간다라 불전도에 등장하는 종려나무는 태양을 상기시켜 명
성·승리·의로움을 나타낸다. 싯다르타 태자가 바로 태양과 같은 존재임
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간다라 불전도 속 탄생 장면은 출산의 고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싯다르타 태자의 탄생은 룸비니 동산에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듯이 묘
사되고 있으며,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표정은 기쁨에 가득 차 있고, 나
뭇가지는 흥겨움에 나부끼는 것처럼 보인다.
파키스탄의 라호르박물관에 소장된 또 다른 탄생 장면(사진 3)은 <사진
2>와 유사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화면 상단 빈 공간에 공중을 떠다니는
하프와 북 같은 악기가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경전에서 이야기하는 탄생
당시 허공에 신묘한 음악이 울렸다고 하는 것을 상징한다.
한 손으로는 나뭇가지를 잡고 두 다리는 꼰 채 서서 아기를 낳는 마야
왕비의 모습은, 인도인들이 전통적으로 신앙하던 재보財寶와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나무의 여신 약시Yakshi와 닮았다. 전통 여신의 모습을 마야왕
비에게 대입시켜 부처님의 탄생이 인류에게 행복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암
시하고 있다.
부처님은 태어나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나는 천상과 천하를 구
원해 건지고,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고귀한 이가 되며, 나고 죽는 고통을
끊고 일체 중생들을 언제나 편안케 하리라”( 『보요경』 )고 하셨다. 탄생게誕
生偈에는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불교 이념이 잘 담겨 있다.
간다라에서는 칠보七步 장면을 별도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탄생과 한 장면
에 나타낸 경우가 많다(사진 4). 조선시대 팔상도 속 칠보 장면은 솟아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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