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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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음미하는 부처님 말씀 6
빈곤한 상상력 - 남루한 세상
윤제학 | 작가·자유기고가
상상력! 철학적 정의는 논외로 하기로 하고, 국어사전의 정의를 보겠습
니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보
는 힘.”(표준국어대사전) 인류를 지금 여기까지 이끌고 온 힘도 그것이었습니
다. 상상력이 없었다면 인간의 ‘가능성’은 뿌리가 매우 얕았을 것입니다.
‘과학적 상상력’ 혹은 ‘예술적 상상력’이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상상력에
관한 우리의 통념은 과학이나 예술 분야에 국한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배
고플 때 맛있는 걸 떠올리는 것도 상상인데 말입니다.
“인류 전체의 고통도 한 사람이 겪는 고통보다 클 수 없다”
상상력은 예술가, 과학자, 미래학자들에게나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오
히려 일상의 영역에서 더 절실히 필요합니다. ‘공감’이나 ‘배려’ 같은 것도
그렇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하기’라는 상상력이 작동하지 않으면 발현되
지 않는 품성입니다. 공공장소에서 문을 열고 닫을 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는 것. 저는 이것도 ‘매너’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의 문제라고 생
각하고 싶습니다. 타인을 위해 잠깐 문을 잡아 주는 행위. 그것을 저는 ‘사
회적 자산으로서의 상상력’이라 부르겠습니다. 인간을 특별한 생명체이게
하는 데 ‘언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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