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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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위에 사방으로 걷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는 것과 달리, 나신裸身으
로 두 팔을 내린 채 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부처님 오신 날의 가장 큰 의식은 아기 부처님의 머리 위
에 물을 부어 목욕시키는 관욕식이다. 불전 경전에는 탄생게를 외친 다음
“사천왕은 곧 하늘의 비단으로 태자의 몸을 감싸 보배에 놓았다. 그러자
제석천이 손에 보배 일산을 가지고 왔다.
또 대범천왕도 흰 불자拂子를 가지고 좌우에 모시고 섰으며, 난타 용왕
과 우바난타 용왕이 공중에서 깨끗한 물을 뿌리는데, 한 줄기는 따스하게,
한 줄기는 시원하게 해 태자의 몸에 부었다. 태자의 몸은 황금 빛깔에 서
른 두 가지 모습이 나타나 있었고, 큰 광명으로 널리 삼천대천세계를 비추
었다.”(『과거현재인과경』)고 한다.
칠보七步와 관욕灌浴
간다라의 불전도에 등장하는 관욕 장면의 태자는 사자 다리로 된 평상
위에 나신裸身으로 두 손을 아래로 내리고 서 있다(사진 5). 우리나라의 탄
생불처럼 한 손은 위로, 한 손은 아래로 하는 천지인天地印 수인을 한 것과
는 다른 자세이다. 태자의 두 팔을 잡고 있는 두 명의 여인은 카필라 성의
궁녀들로 생각된다. 보배 일산日傘 아래에 서 있는 태자의 머리 위로는 제
석천과 범천이 따뜻한 물과 시원한 물이 든 항아리에서 쏟아 붓는 물이 흘
러내리고 있다.
이것은 『보요경』의 ‘제석천과 범천이 홀연히 내려와서 여러 향수로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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