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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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주화상(睦州和尙 780〜877)은 황벽희운黃壁希運 선사의 법을 이었으며 임
제의현臨濟義玄과는 동문이다. 세상의 명리를 싫어하여 평생 은자隱者로 살
았다고 전해진다. 효심이 남달라 짚신을 삼아 팔아 어머니를 봉양해 ‘진포
혜陳蒲鞋’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무식을 드러낸 ‘할’
어느 때 목주화상을 찾아 온 한 스님이 처음부터 의기양양하게 법거량
을 시도한다. 목주화상의 질문에 ‘꽥’ 할을 토해내는 기상이 갸륵하다. 목
주화상이 ‘한 방 맞았다’고 실토하자 때를 놓치지 않고 또 다시 할을 가한
다. 여기에서 잘못됐다. ‘할’이 선기禪機를 보여주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었
기 때문이다. ‘할’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법력이 높은 스님들은 ‘할’을 통해
서 상대방의 처음과 끝을 간파한다. 처음과 끝이 일관하면 한 번만으로도
결론이 나지만 일관성은 차치하고 깊음마저 없으면 그 ‘할’은 사구死句가 되
어 도리어 상처를 입는다. 목주화상을 찾은 스님은 법거량을 하는 데 첫 기
백이 좋았으나 ‘할’을 쓰는 방법을 몰랐다. 목주화상이 ‘세 번 네 번 할을 쓴
이후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지자 입을 꾹 다물었다. 또 다른 선지禪旨가
있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목
주화상은 ‘약허두한掠虛頭漢’이라며 한 대 후려 갈겼다. ‘약掠’은 ‘노략질 할
약’이다. 선사들의 대중 제접 방법 중 하나인 ‘할’을 훔쳐다 쓸 줄만 알았지
그게 어떤 때 쓰고 어디에 필요한 처방인지는 까막눈에 불과했다. 기백 좋
게 시작한 법거량이 얼마 가지 않아 무식을 드러내고 단지 흉내에 불과했
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만 꼴이 되었다.
우리가 어떠한 목표를 이루려면 철저한 준비와 단련이 필요하다.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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