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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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대종사 열반25주기 추모참회법회’ 3천배 참관기



                   몸·마음을 해탈로 안내하는 도반



                                                           김퇴월 | 불교언론인





             비처럼 흠씬 젖은 몸으로 느릿느릿 올라 25년 전 이맘 때 만장輓章을 앞

           세워 가시던 그 길을 느끼고 싶었다. 얇은 옷을 입었다는 핑계로 차에 의

           지해 도착한 성철 대종사 사리탑엔 이미 수많은 신도들이 기도 입재를 준
           비하고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 6·7대 종정이자 한국불교의 큰 별이었던
           퇴옹당退翁堂 성철性徹 대종사는 1993년 음력 9월20일 홀연 세연世緣을 접

           고 열반에 드셨다. 열반에 드시자 가야산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드는

           조문객들로 연일 붐볐다. 다비식茶毘式이 있던 날 가야산은 하루 종일 홍
           염紅焰에 불탔다. 가을 늦 단풍과 형형색색의 만장이 가야산을 붉게 물들
           였다. 그 때 그 광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스님의 열반재일 하루 전인 지난 10월27일 이른 아침, 저 깊은 기억이

           나의 시점을 그때로 되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찬바람과 싸늘한 비는 기억
           의 생기生起를 위축시켰다. ‘육신에 억류’된 나는 차 안에서 추위를 피하는
           못남을 드러내고 말았다. 믿고 따르던 하늘같은 존재가 떠나가면 울음이

           크다고 했다. 스님이 떠나고 간 적막한 가야산엔 이날 숲이 울고 있었다.

           숲의 울음을 바람이 돕고 바람의 길에는 스님을 그리워하는 대중들의 울
           음이 섞여 있었다. 성철 스님을 떠올리던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성철 스님의 사리탑이 세워진 비림碑林은 꽃으로 단장됐다. 신도들

           이 성철 스님의 사리탑뿐 아니라 비림에 안치된 경하 율사, 영암 대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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