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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處하셨다. 올해로 열반 25주년째. 필자는 스님의 열반 25주년을 맞아 위
           법어를 토대로 스님이 평소 무엇을 우리에게 일러주려 하셨는지 살펴보
           려 한다.

             스님은 기존 관념과 인식을 탈피하는 파격破格의 행태를 보여주셨다. 역

           대 종정과 방장 스님들은 대부분 어려운 한문으로 이뤄진 법어를 발표했
           지만 스님은 한글로 쉽게 법어를 내려 보냈다. 비록 한글이지만 한문의 깊
           이보다 더하고 그 울림의 파장도 더 컸다. 한글 법어는 곁에서 시봉하고 있

           던 상좌 원택圓澤 스님이 권유했는데 스님께서 기꺼이 수용해 이뤄졌다고

           한다. 파격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한문 위주의 법문이 주로 권위적인데 비
           해 스님의 법어는 ‘앞집의 복동아, 뒷집의 수남아 새해를 노래하세’(1983년
           신년법어)처럼 평범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더 친근하고 메시지 전달이 확

           실하다. 표현의 파격은 다른 법어에서도 줄곧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뇌리

           에 오래도록 저장케 하는 효과를 불렀다.
             둘째는 정법正法의 강조다. 위 법어는 정법에 기초한 불교사상을 대중들
           에게 설시說示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부처를 신격화하거나 사후세계를

           거론하며 예수재豫修齋에 몰두하는 등 한국불교의 타락과 세속화가 한창

           진행되던 때가 이즈음이다. 스님은 이의 잘못됨을 파악하고 바로 잡으려
           한 것이 분명하다. ‘자기가 바로 부처’란 해탈의 길을 제시한 정법에로 나
           아가라는 준엄한 가르침이다. 또 ‘극락과 천당은 꿈속의 잠꼬대’라 함은

           사후세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질문에 대해 ‘노코멘트’로 응대한 부처

           님의 ‘무기無記’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현학적이고 형이상학적
           인 소모적 사상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수행
           과 실천이다. 수행과 실천은 기도를 우선하는 이웃종교와 분명히 대비된

           다. 정법을 강조한 스님의 지론은 상좌 천제 스님의 증언에서도 확인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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