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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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라도, 무시로 자신의 의지나 행위와 무관한 새로운 장애가 나타납니다.

            삶 자체가 연기의 산물인 것입니다.



              존재 양식으로서의 인욕



              도道가 높아서 마魔가 성하다기보다는, 행복으로 이름을 바꾼 욕망의
            무한 추구로 하여 마가 성한 세상입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 인욕바라밀은

            수행의 방편이 아니라 존재 양식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존재 양식으
            로서 인욕의 길을 밝혀 주는 가르침으로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을 다시 읽

            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옳고 또 옳은 말씀으로만 알고, 도덕적 훈계만로
            읽었었는데, 다시 보니 그 동안은 머리로만 읽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든든한 의지처입니다. ‘다라니陀羅尼’로 여기렵니다.
              불자라면 수없이 보고 들었을 「보왕삼매론」은 중국 원나라 말, 명나라

            초기의 어지러운 세상을 산 묘협 스님이 저술한 『보왕삼매염불직지寶王三
            昧念佛直指』에 수록된 22편의 글 가운데 제17 ‘십대애행十大碍行’, 즉 ‘세상살

            이에 닥치게 될 장애에 걸리지 않게 할 10가지 지침’ 가운데서 요긴한 부
            분만 간추린 것입니다.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지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

              2.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지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
            이 없으면 교만한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

            시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해탈하라” 하셨느니.
              3.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지니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바가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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