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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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음미하는 부처님 말씀 9
‘별일 없음의 일’을 간구하며
윤제학 | 작가·자유기고가
“별고 없으신지요?” “별일 없지?”
안부를 주고받을 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앞에 쓴 문장에 ‘물음표’를 붙
이긴 했지만, 실제로 발화될 때의 말끝은 마침표와 물음표 사이 어디쯤일
겁니다. 진짜 ‘별고’나 ‘별일’이 궁금해서 묻는 말은 아니지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 말입니다.
너나없이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넋두리를 할 때가 있습니다. 개의 입
장에서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싶어 생각해 봤습니다. ‘그럼 당신
이 개 하시든가.’ 개가 이렇게 말한다면, 저는 그 개와 눈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본심이 탄로 날 테니까요.
어떤 죽음 앞에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하고 애도할 때
가 있습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간난신고의 삶을 이어온 사람의 저승
길을 배웅할 때 터져 나오게 되는 탄식입니다. 어쩌면 그 말은 망자가 아
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개 팔
자를 부러워하면서 개똥밭을 구르는 일이 세상살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치
게 비관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마음먹는 게 속이라도 편
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제가 죽지만 사는 동안은 어떻게든 살아
갑니다. 그놈의 ‘라면’ 때문에 굶어죽기도 힘든 세상 아닙니까.
다들 알듯이 불교에서는 이 세상을 ‘사바娑婆’라 합니다. 산스크리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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