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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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옷입니다.

             행복이라는 옷을 걸친 욕망은 도무지 거칠 것이 없어졌습니다. 현대
           자본주의는 벌거벗은 욕망에 ‘행복’이라는 옷을 입힘으로써 ‘무한 경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고, 탐욕에 따르는 도덕적 부담감도 덜
           어 주었습니다. 행복 또는 행복을 느끼는 상태는 아무리 뜯어 봐도 욕망

           의 충족 그 이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행복은 (어떤 사람들에게
           는) 삶의 지고한 목표가 되었고 세속 종교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이 종

           교는 어떤 종류의 헌신이나 희생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행복 추
           구’라는 권리만 보장할 뿐입니다. 또한 그것은 의무이기도 합니다. 이 시

           대에 불행한 사람은 외도이거나 이단자입니다.
             행복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세상살이는 더 고통스러워집니

           다. 그럴수록 행복 전도사들은 ‘긍정 마인드’를 독려합니다. 성공한 사람
           들의 신앙 간증도 꾸준히 이어집니다. ‘행복교’에 의해 숭앙되는 욕망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공기처럼 스며들었습니다. 행복 전도사들은 당장
           의 불행조차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행복의 다른 모습일 뿐이라고

           속삭입니다. 갈애는 더 강해지고 도처에 신기루가 출몰합니다. 행복 전도
           사의 말대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결코 가능하지 않

           습니다. 욕망의 충족을 행복으로 여기는 한 세상살이는, 지장보살의 안
           인부동安忍不動한 경지로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진정한 행복은

           해탈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세상이 참고 견디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곳인 까닭이 업의 충돌에만 있

           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입니다. 세상 그 누구
           도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는 물론 장성을 해도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매순간 닥치는 경계에 ‘인욕바라밀’로 대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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