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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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의 『대방광불화엄경소』에 따르면 십종교판은 부처님께서 일생에

           걸쳐 설한 말씀을 열 가지 내용으로 구분 짓고 그 사상적 특징을 정리하
           는 것이다.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십종교판은 중도에 대한 내용을 기준

           으로 교설의 수준을 평가하고, 이를 다시 각 부파와 연결 짓고 있다. 청량
           이 정리한 십종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도와 거리 있는 소승부파



             첫째, 아법구유종我法俱有宗이다. 자아[아我]와 현상[법法]이 모두 실체가

           있다는 교설로 독자부犢子部의 교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관[아我]과 객관
           [법法]이 모두 고정불변의 실체가 있다는 것이 아법구유종의 특징이다. 이

           는 완전한 유견有見에 해당함으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가장 거리가 먼 사
           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법유아무종法有我無宗이다. 객관인 현상과 사물[법法]은 실체가 있
           지만 주관인 자아[아我]는 실체가 없다는 것으로 살바다부薩婆多部의 교

           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객체로서 보편적 현상과 존재는 실체가 있지만
           ‘나’라는 개체는 실체가 없다는 것으로 존재의 실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중

           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셋째, 법무거래종法無去來宗이다. 법法은 과거나 미래에도 없다는 것으

           로 대중부大衆部의 교설이 여기에 속한다. 법은 과거, 현재, 미래할 것 없
           이 체體와 용用이 없다는 것이므로 완전한 무견無見에 해당한다. 모든 것

           이 공하다고만 보는 것은 허무적멸에 집착하는 또 다른 변견이므로 실체
           가 있다는 유견과 마찬가지로 중도와 거리가 멀다.

             넷째, 현통가실종現通假實宗이다. 모든 법은 현재에만 일시적으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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